초록의 시간 396 겨울의 소리

엄마라는 이름

by eunring

무슨 차인지 궁금해하지 마세요

그냥 단순 보리차랍니다

보리차를 따르다가 덤으로

까만 보리알도 두 알 조르르 딸려왔어요

그럼요 보리차니까 보리알 몇 알

사이좋게 함께 해야죠


어릴 적 시린 겨울날의 추억 속에서

보리차 끓어오르는 소리는

참 따스하고 정겹고 고소했어요

엄마가 끓여주시던 보리차 한 잔의 따스함이 모락모락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겨울 한낮

유난히 반짝이는 햇살을 어깨에 얹고

엄마라는 이름의 노래를 듣습니다


단순한 울림으로 엄마를 부르는

소박한 노랫말에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고맙고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한가득 담겨 있어 더욱 애잔하고

가슴이 먹먹합니다


엄마라는 이름의 노래를 듣다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에

주전자 뚜껑이 들썩이며 춤을 추던

겨울날 보리차 끓어오르는 소리와

고소한 내음이 아련히 그리워져

보리차를 끓입니다


동글동글 주전자 대신

야무진 전기포트에 끓이는 보리차는

뚜껑 들썩이는 소리도 요란하지 않고

혼자 보그르르 끓다가 스르르 멈추어

어릴 적 겨울의 소리와는 다르죠


엄마가 끓여주신 보리차가 아니라 그런지

코 끝에 스미는 고소한 내음도 덜하고

보리차 맛도 예전과 다르게 느껴지지만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어린 날의 겨울을 추억하며

엄마~를 불러봅니다


산 아래 친구가 그랬거든요

귀하고 소중한 엄마라는 이름

부를 수 있을 때

자주 불러드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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