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36 돌아보면 그림자
노래 '달그림자'
엄마랑 나란히 앉아 TV를 볼 때는
리모컨으로 채널을 하나하나 눌러가면서
엄마가 좋아하시는 프로그램을 찾습니다
이리저리 돌리며 찾다가
화면을 향한 엄마의 눈빛이 반짝 빛나는 순간
거기서 일단 리모컨을 멈추는데요
오늘은 엄마 눈빛의 순간 반짝임이
'돌아보면 그림자'에서 멈추셨어요
돌아보면 그림자라니 무슨 말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하는 내게 엄마가 알려주십니다
주변에 누구 하나 없이 혼자라는 뜻이래요
돌아보면 내 그림자 하나뿐이라는
참 외롭고 쓸쓸한 말인 거죠
그림자도 없다는 말은
흔적이나 자취가 없다는 말이니까
문득 돌아보면 오로지 내 그림자뿐
다른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는다는
한없이 적막한 말인 거죠
물체가 빛을 가려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어둡고 검은 그늘이 그림자인데
물에 비쳐 나타나는 물체의 모습이기도 하고
사람의 자취를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어릴 적에는 친구들이랑
그림자밟기 놀이를 할 때마다
친구에게 내 그림자를 밟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그림자가 생기는 것이 참 신기했어요
좀 자라서는 달그림자가 좋았는데요
어스름 달빛에 비치어 생기는 달그림자나
물이나 거울에 비친 달의 그림자가
고요하고 고즈넉하니 좋았거든요
내 그림자도 감추듯
집콕하는 요즘 일상이 어쩌면
돌아보면 그림자뿐인 나날들이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돌아본 마을 뀌어 본 방귀'라는
웃픈 속담이 떠올라 부질없이 웃어봅니다
이리저리 나풀대며 밖으로
놀러 다니던 사람일수록 잘 돌아다니고
방귀는 한 번 뀌기 시작하면
안 할 수 없다는 뜻인데요
무슨 일이나 일단 재미를 붙이면
자꾸 하게 돠다는 재미난 말인 거죠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이라는
셰익스피어 '멕베스'의 마지막 독백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떠올라서
물끄러미 달님을 바라보다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리운 내 사람'이라는
'달그림자' 노래를 중얼거려봅니다
그렇군요
인생은 그림자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어스름 달그림자 같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