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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20. 2024

초록의 시간 698 숨은 봄 찾기

겨울비 봄비

입춘 이미 지났으니

이즈음 내리는 비는

겨울비인가 봄비인가~

친구에게 물었더니

또르르 답이 굴러왔어요

겨봄비~ 랍니다


겨울비 속에도 봄이 스며 있으니

겨울비도 아니고 봄비도 아니고

겨울비도 되고 봄비도 되는

겨봄비 맞습니다

휘이 들러보면 어디에나

아직 버티고 있는 겨울의 빛 속에

꼼지락대며 봄이 숨어 있으니까요


빛바랜 듯한 겨울 풍경 속에

봄날의 설렘이 꼬물대고 있으니

보물 찾기라도 하듯

봄이라는 보물을 찾아볼까요


보물은 늘 익숙한 곳에

무심히 스쳐 지나는 곳에

나 찾아봐라~ 하듯이

눈을 반짝이며 숨어 있죠


숨바꼭질을 할 때도

머리카락 하나 눈에 보이지 않게

꽁꽁 숨어버린 친구들은

너무나 뻔한 곳이라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곳에

까르륵 웃음 참으며 숨어 있어요


숨은 그림 찾기를 할 때도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건성으로 지나치기 쉬운 자리에

에헴~ 답이 숨어 있곤 해요


보물 찾기를 하거나

숨바꼭질을 하듯이 그리고

숨은 그림 찾기를 할 때처럼

숨은 봄 찾기 놀이를 해 볼까요


봄은 분명 가까운 데 있어요

행복이 그러하듯

건너뛰기 쉬운 곳에

무심히 지나기 쉬운 곳에

나 잡아봐라~ 히죽 웃고 있겠죠


봄이 온다고

뭐 그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쳐 가는 겨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후회를 몰아오지만

뒤돌아보며 후회 따위 하지 말아요


지난 일이 아쉬우면

잠시잠깐 반성하면 되고

후회는 이미 한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아직 하지 못하고 머뭇대는

그런 일에 대해 하는 거니까요


이미 지난 시간 붙잡아 앉힐 수 없고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주저앉기 전에 말끔히 닦고

다시 시작해야죠


오는 듯 마는 듯

가까이인 듯 아닌 듯

봄처럼 꼼지락거리며

새로이 시작해 보기로 합니다


나를 기다리는 시간들이

친절하거나 상냥하지 않더라도

매서운 꽃샘바람이

길 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연둣빛으로 다가올 봄날을 향해 

작지만 소중한 첫걸음

힘차게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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