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Feb 21. 2024

초록의 시간 699 아장아장 울 엄마

링링링 버터링쿠키

자타 공인 간식대장이긴 해도

달콤 사탕을 즐기지는 않고

기미상궁도 아니지만

사탕도 먹어보고

저 사탕도 살살 녹여보고

과자도 이것저것 먹어봅니다


오늘처럼 촉촉 겨울비 오는 날

잔의 커피와 어울리는

커피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조금은 낭만적인 이유겠으나

아장아장 울 엄마에게 맞는

사탕과 과자를 찾기 위해서이니

그저 웃프다고 할 수밖에요


사탕은 너무 크고

저 사탕은 너무  달달하

저기 저 사탕은 너무 딱딱해서

아장아장 울 엄마에게는

맞지 않으니 비추~


크기도 적당하고

너무 모나지도 않고

달고 상큼해서 개운하고

적당히 잘 녹아서 부담 없고

빛깔도 투명해서 기분 좋은

예쁜 사탕들로 골라봅니다


나이 먹으면 아이가 된다더니

나이 드시니 울 엄마는

아이보다 더 어리광쟁이

아장아장 아기가 되셨어요


딸들의 손을 붙잡고 걸으시다가

지팡이를 의지해 걸으시다가

보행보조기를 밀고 걸으시다가

아장아장 아기 걸음도 버거우신

휠체어 신세가 되셨습니다


걸음마를 배우느라 애쓰는 아가처럼

아장아장 아기가 되어버리

울 엄마에게는 링링링 버터링

그것도 미니 버터링쿠키가

간식 친구로 어울립니다

크기도 적당 부드럽고 고소하고

모양도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요


가끔 동그란 쿠키를

재미나게 손가락에 걸고

어린아이들처럼 까르르 깔깔

웃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쩌다 소리 내 웃는 대신

음소거 빙그레 미소만

아끼듯 입꼬리에 머금으시는

아장아장  울 엄마 대신

내가 두 배로 크게 웃어 봅니다

까르르까르르 까르륵 깔깔깔~


아마도 울 엄마는

다음 생에 딸들의 딸로 태어나기를

막연히 기약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딸들의 딸이 되어

실컷 어리광도 부리고

맘껏 투정도 부려대면서

듬뿍 사랑받고 싶으신가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698 숨은 봄 찾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