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99 아장아장 울 엄마
링링링 버터링쿠키
자타 공인 간식대장이긴 해도
달콤 사탕을 즐기지는 않고
기미상궁도 아니지만
이 사탕도 먹어보고
저 사탕도 살살 녹여보고
과자도 이것저것 먹어봅니다
오늘처럼 촉촉 겨울비 오는 날
한 잔의 커피와 어울리는
커피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조금은 낭만적인 이유겠으나
아장아장 울 엄마에게 맞는
사탕과 과자를 찾기 위해서이니
그저 웃프다고 할 수밖에요
이 사탕은 너무 크고
저 사탕은 너무 달달하고
저기 저 사탕은 너무 딱딱해서
아장아장 울 엄마에게는
맞지 않으니 비추~
크기도 적당하고
너무 모나지도 않고
덜 달고 상큼해서 개운하고
적당히 잘 녹아서 부담 없고
빛깔도 투명해서 기분 좋은
예쁜 사탕들로 골라봅니다
나이 먹으면 아이가 된다더니
나이 드시니 울 엄마는
아이보다 더 어리광쟁이
아장아장 아기가 되셨어요
딸들의 손을 붙잡고 걸으시다가
지팡이를 의지해 걸으시다가
보행보조기를 밀고 걸으시다가
아장아장 아기 걸음도 버거우신
휠체어 신세가 되셨습니다
걸음마를 배우느라 애쓰는 아가처럼
아장아장 아기가 되어버리신
울 엄마에게는 링링링 버터링
그것도 미니 버터링쿠키가
간식 친구로 어울립니다
크기도 적당 부드럽고 고소하고
모양도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요
가끔 동그란 쿠키를
재미나게 손가락에 걸고
어린아이들처럼 까르르 깔깔
웃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쩌다 소리 내 웃는 대신
음소거 빙그레 미소만
아끼듯 입꼬리에 머금으시는
아장아장 울 엄마 대신
내가 두 배로 크게 웃어 봅니다
까르르까르르 까르륵 깔깔깔~
아마도 울 엄마는
다음 생에 딸들의 딸로 태어나기를
막연히 기약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딸들의 딸이 되어
실컷 어리광도 부리고
맘껏 투정도 부려대면서
듬뿍 사랑받고 싶으신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