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텅 빈 화분을 보며
봄이 오면 부드러워지는 흙을 뚫고
움이 트고 싹이 올라오리라 생각하며
혼자 고개 끄덕이곤 했어요
겨우내 앙상한 나뭇가지에
동그마니 모습을 드러낸 새 둥지를 보며
비어야 보이는 것도 있구나 생각하며
작은 위안을 품기도 했어요
어느새 공기의 빛깔이 달라지는 것이
익숙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온다고
빛과 색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요
다가서는 빛의 흐름이 한결 순하고
부드러워서 마음도 말라알랑~
계절이 바뀌는 것은 늘 새로워요
그러다가 문득 설레기도 해요
마음을 차갑게 헤집어대던 바람이
마음 자락 들쑤시며 파고든다는 건
봄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거든요
겨울이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는 건
답답하고 어수선한 현실 때문이기도 하고
봄 마중을 나도 모르게 서두르는 마음은
긴 겨울의 막막함에 지친 탓이기도 해요
만나지도 못하고 지난 시간들이
어둡고 길고 소란하고 답답했어요
하고 싶은 말들을 차곡차곡 쟁여 놓은
시긴의 주머니가 제법 묵직하지만
그리움의 터널에도 분명 끝은 있으니까요
묵묵히 속 깊은 겨울이 가고
눈빛 해맑은 봄날이 오면
얼어붙은 채 제자리를 맴돌던
마음의 강물도 스르르 풀어져
잔잔히 흐르기 시작하겠죠
얽히고설킨 어수선함의 매듭들도
하나둘 서서히 저절로 풀리고
자유롭고 여유롭고 너그러운 날들이
싱긋 웃으며 다가올 거라 믿어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초록 잎사귀의 무성함을 대신하는
적막한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봄 인사를 건넵니다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며
기다리기로 해요
아름다운 설렘의 시작과도 같은
봄이 저만치 오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