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46 씁쓸한 개운함이 좋아서

커피 닮은 보이차

by eunring

봄을 안고 오는 바람 스산하게 파고들며

무슨 말인가 자꾸만 터져 나오려고

머뭇머뭇 입술 끝을 서성일 때마다

습관처럼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시는데

이미 마신 커피를 더 마실 수 없으니

커피 빛깔을 닮은 보이차를 마십니다


맑고 여리고 순한 빛깔의 녹차도 좋고

커피 빛깔 닮은 보이차도 괜찮거든요

오래전 처음 보이차를 마실 때

지푸라기 섞은 물 같은 느낌이라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납니다


중국 10대 명차의 하나라는 보이차는

흑차라고도 부르는 후발효차인데

오래 묵을수록 맛과 향이 뛰어나답니다

친구와 와인과 보이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거죠


찻잎을 뭉치지 않고

찻잎 그대로인 산차도 있고

찻잎을 공이나 벽돌 모양이거나

동글 납작 빈대떡 모양으로 뭉쳐 놓은

긴압차는 병차라고도 부른다고 해요


차나무 잎을 가공한 후 발효를 해 만든

보이차는 여러 지방에서 만든 차를

윈난 성 남부 보이 지구에서 집하를 해서

보이차라는 이름이 붙었다죠


숙성과 발효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찻잎의 떫은맛과 쓴 맛이 줄어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내고

향이 깔끔한데요


커다란 빈대떡 모양의 보이차는

값이 비싸 부담스러운 데다가

번거로운 마음에 선뜻 손이 가지 않고

티백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간편한 만큼 가벼워 보여 머뭇거리다가

찻잎을 작은 원형으로 귀엽게 뭉쳐 놓은

간편한 보이 소타차가 있어 애용합니다


우려내기 전에 미리 끓는 물을 부어

바로 따라버리는 차 씻기

세차(洗茶) 과정을 거치면

풍미가 살아난다는군요

찻잎을 깨우는 과정이기도 하고

처음 우릴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카페인을 덜어낼 수도 있다고 해요


보이차는 향보다 깊은 맛을 즐기는 차라서

뜨거운 물을 부어 오래 우려내면

맛이 강하고 진해지니 짧게 우려내고

급하게 후루룩 마시기보다는

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조금씩

천천히 음미하듯 마셔야 한답니다

차가 식으면 식을수록

맛과 향이 달아난다고 하니까

따뜻할 때 마시는 게 좋다고 해요


투명한 빛깔이 커피를 닮아서

그리고 씁쓸한 개운함이 좋아서

커피 대신 보이차를 마시다 보니

어느새 봄입니다


활짝 문을 열고 나가고 싶어

마음이 꼼지락대고

생각도 덩달아 들썩이는

지금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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