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47 놀이의 추억
커피 친구 보리 과즐
커피 한 잔에 보리 과즐을 곁들이고
가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어릴 적 친구들이랑
쌀밥 보리밥을 신나게 외치며
쌀보리 놀이를 하던 생각이 납니다
두 사람이 짝을 지어
상대방이 두 손을 야구 글러브처럼
동그랗게 모아 쥐고 기다리면
쌀밥 보리밥을 외치며 잡히지 않게
주먹을 넣었다가 얼른 빼내는 놀이죠
보리밥일 땐 주먹을 놓아주고
쌀밥일 때만 두 손안에 가두는 놀이인데요
보리를 외칠 땐 잡혀도 그만이지만
쌀을 외지고 잡히면 지는 놀이라서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쌀보리 쌀보리 하며
헷갈리게 하기도 하고 쌀쌀 보리보리
슬며시 약을 올리기도 하고
보리쌀 보리보리 쌀이라고 하며
부지런히 잔머리를 굴리기도 했어요
과즐은 찹쌀 반대기를 네모로 빚어 말린 후
기름에 뻥 튀겨내 조청을 바르고
고소한 튀밥 옷을 입힌 전통 과자인데요
네모 반듯하게 만들어 산자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산자라는 엄숙한 이름보다 과즐이라는 이름이
더 사랑스러운데 설탕에 졸인다는 뜻이라나요
바삭하고 고소한 데다가
상큼한 감귤향까지 덤으로 깔끔하고
보리튀밥 옷이 올망졸망 붙은
보리 과즐을 좋아해서 가끔 커피에 곁들입니다
바삭 달콤하게 먹고 난 자리에는
튀밥 알갱이들이 여기저기
제멋대로 떨어져 있어서 대략 난감~
손바닥으로 쓰윽 쓸어버릴라치면
불쑥 보릿고개가 떠오릅니다
식량이 귀하던 시절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를 보릿고개라고 하는데
묵은 곡식은 거의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먹을 것이 귀하던 시기를 말한다고 해요
보릿고개를 겪어보지는 않았으나
한 알의 알곡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기특한 생각이 들어 접시 위에 흐트러진
보리 튀밥을 알알이 주워 먹습니다
보리는 석기시대 유물에서 나올 정도로
역사가 오랜 작물이라고 하니
소중히 대접해드려야죠
곧 새파란 보리순이 나올까요
푸릇푸릇 이미 나왔을까요
부드럽고 순하고 푸르고 풋풋한
보리 새싹으로 끓인 된장국 생각이 납니다
말로만 듣던 보릿고개
봄바람 미친 듯 맥락 없이 불어대는
요즘이 바로 보릿고개 같아요
먹을거리는 지천이지만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안타까움을
친구들과 쌀보리 놀이라도 하며
견디고 싶은 마음 가난한 나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