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17 나이가 든다는 것은
웃게 된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은
슬픔이 든다는 것
슬플 때 빙긋 웃을 수도 있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눈물을 머금는 것
뽀그르르 눈물방울
차마 꺼내지 못하고
눈물주머니에 꾹 눌러 담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림자까지도 아련히 물든다는 것
우두커니 바라보는 마음의 그림자에도
애잔한 저녁빛이 물들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먹고 싶지 않아도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
되는 대로 나이도 먹고
흘러가는 세월도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러나
거품 풍성한 달콤 커피 한 잔으로
그 모든 것을 살포시 덮어버릴 줄도
알게 된다는 것
그래서 잠시
웃을 수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