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18 사랑한다는 말
말로 하기는 쉬워도
사랑이라는 말은
두 글자로 쓰기는 뚝딱 쉬우나
사랑한다고 다정히 말하기는
쑥스러워 잠시 망설이게 됩니다
사랑해~
사랑한다고 말을 건네기는
어색하면서도 그나마 쉽지만
진짜 사랑하는 일은
글로 쓰기보다 어렵고
말로 하기보다도 훨씬 어렵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은
저 푸르고 맑은 하늘처럼
순정한 마음이어야 하니까요
하늘에 빗살무늬를 만드는 햇살 한 줌처럼
반짝이며 자신을 다 태워야 하니까요
고운 연둣빛 봄옷도 잊고
꽃과 열매도 미련 없이 떨구고
붉고 노란 가을옷을 아낌없이 버리고
빈 가지로 겨울을 맞이하는
나무의 마음이 바로 사랑이니까요
사랑은 빛과도 같은 거죠
모든 것을 곱고 사랑스러운 빛으로
따사롭게 감싸 안을 수도 있으나
또한 그 모든 것을
한순간 어둡게도 만들어버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