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19 사랑의 기술
나를 알고 그대를 아는
싸움의 기술이 필요하듯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할까요
사랑이 주고받고 밀고 당기는
밀당의 기술이라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병법이 사랑에도 적용이 될까요
그래요~
사랑과 싸움의 기술이 밀당이라면
싸움은 사정없이 내 쪽으로 당기는 거고
사랑은 조심조심 그대 쪽으로
발자국 소리도 나지 않게
살며시 다가서서
모든 것을 곱게 다독여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일 테죠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듯이
그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사랑에서도 이길 수 있다면
너 자신을 알라~ 시던 테스 형님은
사랑의 승자가 되셨을까요
아마도 소란스러운 아내 곁에서
평생 납작 엎드려 사셨겠죠
알 것도 같으면서 도무지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면서도 어렴풋 알 것도 같은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는 것이지만
사랑하는 이는 항상 약자가 되어
지켜야 할 그 누군가를 위해
바닥이 되어 한없이 낮아지고
두 손은 물론 온 마음 한데 모아
더없이 공손해지는 것일 테니까요
말없이 늦가을을 지키는 수국을 보며
위에서 반짝이는 꽃송이를 위해
그림자 되어 납작 엎드린
바로 아래 꽃송이를 보며
진심 사랑이야~ 중얼거립니다
그런 거죠 사랑은
나를 빛내는 게 아니라
그대를 빛내고
내가 기꺼이 그림자가 되는
그게 바로 사랑인 거죠
싸움에서 이기면
네 땅이든 네 맘이든
네 것이 모두 내 것이 되어
너를 내 편으로 끌어당기는 거지만
사랑에서 이기면
내 모두가 소리도 없이
비단 보자기에 싸여 그대에게 가서
송두리째 그대의 편이 됩니다
사랑은 져주는 거니까요
나를 알고 그대를 알고
그리하여 내가 아닌 그대를 위해
어설픈 생색 따위 내지 않고
웃으며 기꺼이 져주는 것이
진심 사랑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