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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Nov 11. 2023

초록의 시간 616 깨알 재미를 찾아서

희망고문은 놉~!!

희망고문은  놉~!!

절대 사절이랍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다 잘될 거라는 말에 지친답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한대요

희망고문은 이제 그만이랍니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해온 친구가 다짜고짜

희망 고문 사절부터 외칩니다

괜찮다고 대충 말하지 말아 줘~

잘될 거라고 얼렁뚱땅

얼버무리지 말아 줘~

힘내라는 말도 사양할게~


아하 그렇군요

어설픈 희망은 빛이 되기보다

오히려 아프고 쓰라린

독이 되나 봅니다


그런데 어쩌나요

수능날이 가까워지니

어느 학교 앞에 나풀나풀

괜찮아 다 잘될 거야~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버티고 있으니 말입니다


바람에 저 혼자 팔랑대며

괜찮으 힘내라현수막 앞에서

미안하다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미안해

그냥 미안하다~


힘내라는 말도 툭 던지면 안 되고

괜찮다는 말로 대충 뭉개도 안 되고

잘될 거라는 말을 함부로 건네

오히려 상처를 긁게 된다면

잠시 발걸음 멈추고

한참 생각해 봐야겠어요


부질없는 몇 마디 말보다는

정답고 따뜻한 눈길을 건네며

말없이 웃어주거나 그냥 침묵하거나

아니면 천천히 고개 끄덕이거나

함께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오히려 낫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고소하게 후드득

깨 쏟아질 일이 없어 우울하다는 

친구의 말이 씁쓸하게 마음에 남아서

언제 한번 얼굴 보며 손 마주 잡고

깨알 재미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곰곰 해봅니다


속이 든든하면

마음도 편안해지듯

입이 고소하면 덩달아

기분도 고소해질지 모르니까요


지금 당장 친구와 마주 앉아

다정한 마음 나눌 수는 없으니

혼자서라도 우선 연습 삼아

나 홀로 위로타임을 가져봅니다


괜찮다는 말 대신

잘될 거라는 말 대신

입이라도 고소해지려고

주근깨처럼 까뭇까뭇 

검정깨알 듬뿍 박힌 앙증맞은 과자를

봉지째 앞에 두고 하나둘 집어 먹다 보니

깨가 쏟아진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어떤 사람과 오붓하게 지내거나

아기자기 재미가 난다는 의미라는데

우수수 깨가 쏟아지듯이

매우 고소하고 재미날 때 쓰는

깨고소하다는 말도 있어요


눈으로 본 적도 없고

실제로 해본 적도 없으나

깨 타작할 때 살짝 털기만 해도

깨 낟알들이 우수수 떨어져서

깨 쏟아지는 재미가 좋다고 해요

그래서 즐겁고 재미날 때

깨가 쏟아진다고 하는가 봅니다


깨알 글씨도 있고

깨알 재미라는 말도 있어요

재미는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이고

깨알은 깨 씨의 낟알이니

깨알 재미는 깨알처럼 자잘해서

크지 않아도 아기자기 즐거움 거죠


섬유소 듬뿍 담긴 들깨 

칼슘 듬뿍 품은 검은깨

알알이 깨알처럼 작아도 똘똘한

위로의 마음을 콕콕 박아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따뜻한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둘이 마주 앉아  맞추며

오밀조밀 깨알 재미 찾다 보면

친구의 우울한 마음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요

고소한 참깨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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