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40 지치고 힘들 때
커피 친구 치즈쿠키
지치고 힘들 때 커피 친구로
치즈쿠키를 손짓해 부릅니다
미소 띤 사진을 찍을 때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치즈~라고 부르면
입꼬리가 저절로 위로 올라가듯이
기분도 함께 미소를 짓거든요
치즈는 와인과 단짝이고
치즈쿠키는 커피와 단짝이죠
와인 대신 한 잔의 커피와 함께
고소하고 부드럽고 은은하게 향긋하고
적당히 짭조름한 치즈쿠키를 먹으며
나이에 대해 문득 생각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슬픔이 든다는 것이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눈물을 삼킨다는 것이 아닐까요
치즈쿠키를 앞에 두고
뜬금없이 나이와 눈물을 생각한 것은
치즈쿠키의 줄무늬 때문입니다
동그랗거나 갸름한 모양이 아니라
주르르 눈물 같은 줄무늬가 흘러내린
치즈쿠키의 독특한 모양 덕분에
잠시 눈물의 짠맛을 생각하다가
치즈~라고 중얼거리고
부질없이 웃어봅니다
커피 한 모금 홀짝거리며
사진 찍을 때 치즈~하듯이
애써 빙긋 웃음을 머금어 봅니다
웃을 일이 딱히 없긴 하지만
치즈~하며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치즈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요
구약 성경에도 나오는 치즈는
이집트 동굴의 벽화에도 그려져 있고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노래한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도 나온답니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로페스 부족이 사는
시칠리아 섬에 도착한 오디세우스 일행이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들어가자
바구니마다 치즈가 가득 담겨 있고
저녁이 되어 양 떼를 몰고 돌아온 폴리페모스가
양과 염소의 젖으로 치즈를 만들어
반은 바구니에 넣어두고
반은 먹으려고 그릇에 담는 모습이 나오죠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의 딸 헬레네에게
치즈와 와인과 달콤한 조청을 먹여
지성까지 갖춘 최고의 미인으로
길렀다는 이야기도 나오거든요
치즈와 와인과 달콤 조청 대신
치즈쿠키와 커피는 어떨까
고개 갸웃거리다가
미인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생각에
피식 웃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