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61 동백소녀들의 미소

애기동백을 보며

by eunring

우리 집 베란다에

애기동백 화분이 있어요

동백은 동백인데 애기동백이라

아직 꽃망울을 머금지 못했답니다


철부지 애기동백이

어여쁜 소녀동백이 되고

아리따운 애기씨동백이 되어

곱디고운 붉은 꽃망울 맺기를 기다리며

빨강 노랑 양면 색종이로

동백꽃을 접어봅니다


어렵습니다

종이 동백꽃 한 송이 피워내는 것도

무척이나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열 송이 넘게 삐뚤빼뚤 접고 나서야

비로소 동백꽃 한 송이를 피워냅니다


동백나무가 추위와 바람 견디며

붉은 꽃망울 하나 머금고

붉고 고운 꽃 한 송이 피워내기 위해

참고 견디어 냈을 아픔들을 생각하니

우리 집 애기동백에게도

한 송이 꽃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더는 재촉하지 않기로 합니다


유난히도 소란스러운 감기 소동을

겪고 치르고 견디어 낸 친구님들이

제주의 봄을 품으러 떠난다는 소식에

노랑노랑 향기로운 유채꽃물결 속에서

붉디붉은 동백꽃 닮은 미소 휘날리는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리다가 덩달아 웃어봅니다


참고 기다리며 견딘 시간의 힘으로

한 송이 고운 동백꽃이 피어나듯

묵묵히 견디고 기다린 세월의 손끝에서

오늘의 미소가 환하게 피어나는 거죠

세상의 모든 꽃들이

애틋한 기다림 속에 피어나듯

꽃보다 곱고 사랑스럽게

서로의 눈 속에 맺히는 미소도

꽃 같은 기다림을 머금고 피어나는 거니까요


애기동백을 보며

동백소녀들을 생각합니다

봄길을 걷는 발자국마다

사랑스러운 동백꽃 향기 머무르고

정다운 걸음걸음마다

봄볕 같은 평안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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