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73 커피와 꽃비
로봇 바리스타의 손맛
커피와 꽃비가 뭔 상관?
로봇 바리스타의 손맛이 담긴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오다가
후루루 날리는 하양 꽃비를 만났다는 말씀~
언젠가 로봇이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혼자 사는 할아버지의 식사도 챙겨드리고
설거지와 집안 청소는 물론이고
운동과 약 먹을 시간까지 보살피는 로봇은
함께 살지 못하는 아들의 선물이었죠
로봇과 함께 하는 날들이
우리의 미래라 생각하니 왠지 씁쓸했어요
편하고 편리한 만큼 사람의 손맛이 그립고
정겨운 사람의 목소리와 따스한 온기가
아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평소에 편하고 기특하다는 생각으로
로봇 물걸레 청소기를 쓰기는 하면서도
영화에서처럼 로봇이 도우미가 되어
늘 내 곁을 서성인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로봇 카페 나들이를 한 건
로봇 바리스타의 모습이 흥미롭고
로봇 바리스타의 커피 맛이 궁금해서였죠
커피에서 기계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영수증에 찍힌 주문번호와
픽업 번호를 확인하고는 유리문 너머로
로봇 바리스타가 움직이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어요
사람이 아닌 로봇이 움직이며
척척 커피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신기하고도 재미나고 낯설어서 혼자 웃었죠
스크린에 완성이라는 알림이 뜨고
픽업 번호를 누르자 작은 문이 스르르 열리며
드디어 커피가 모습을 짠~드러냅니다
셀프바에서 컵 뚜껑을 덮고 컵홀더를 끼운
커피를 들고 나오는데 이게 뭐라고~
로봇 바리스타의 손맛이 담긴 커피가
처음이라 신기해서 또 혼자 웃었어요
말 한마디 건넬 필요 없이 주문하고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고 커피를 만들어
스르르 내놓는 과정은 고요하고 기계적이어서
광고나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정한 목소리나 따사로운 눈길이
머무르지 않아서 커피도 냉정할 것 같았으나
다행히 손에 잡힌 커피 컵은 따뜻합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맞군요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 준 커피를 들고
길 모퉁이를 돌아서자 기다렸다는 듯
하양 꽃비가 나풀나풀 흩날렸어요
얼마 남지 않은 꽃 이파리 바람에 휘날리며
꽃 대신 신록이라고 말을 건넵니다
로봇 바리스타의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람에 날리는 하양 꽃비를 선물처럼 받으며
봄날의 호사를 누리는 순간이 있으니
오늘도 행복한 하루입니다
그리고
고마운 인생인 거죠
신기하고 재미난 로봇 카페의
2% 부족한 감성을 채워주고 달래주듯
살랑이는 봄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내려준
하양 꽃비의 감성이 사랑스러워요
따뜻한 커피와 하양 꽃비 덕분에
바람처럼 잠시 웃을 수 있었으니
참 고마운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