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77 첫사랑의 향기
만리향을 아시나요
향수를 사는 대신
꽃 향기를 샀습니다
백리향보다도 천리향보다도
더 멀리 만 리까지 향기가 날아간다는
조그만 화분 하나 샀어요
이제 곧 꽃이 핀다는 소식을 알려주듯이
여리고 섬세한 새 잎들이 올라오면서
작고 예쁘고 앙증맞은 꽃나무에
사랑스러운 하양 꽃봉오리가
다닥다닥 붙기 시작합니다
금방이라도 사랑스러운 꽃송이들이
다글다글 매달릴 것 같아요
별을 닮은 하얀 꽃이 피면
향기가 달콤하답니다
그러나 아주 진하지는 않고 그윽하대요
그럼요 진한 향기가 만 리까지 갈 순 없죠
깊고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가
마음에 남아 오래가고
발걸음 따라 멀리까지
만리를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만리향을 아시나요?
꽃말이 첫사랑이래요
아카시아 향과도 비슷하고
재스민 향기도 닮아 은은하고
부드럽고 그윽하고 달콤한 꽃향기가
만 리 밖까지 날아간다고
이름이 만리향이랍니다
공기 정화에도 좋은 식물인데
꽃 향기가 머리를 맑게 해 준다는군요
서향이라 불리는 천리향과 치자와 함께
향기로운 꽃 3 총사랍니다
아직 꽃이 활짝 피어나기 전인데도
갸름하게 동그란 진초록 잎이
반짝반짝 윤기가 나 보기에도 싱그럽고
송알송알 맺혀 있는 꽃망울들이 터지면
하얀 꽃들이 별처럼 피어날 테니
기다림과 설렘이 있어 좋고
하얀 꽃송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노란빛이 살며시 스며든다고 하니
그 또한 기대가 됩니다
섬엄나무 돈나무라고도 부르거나
갯똥나무라고도 부른답니다
돈을 손짓해 부르는 돈나무가 아니라
가을에 맺히는 돈나무의 노란 열매가
무르익어 갈라지면 빨간 씨앗을 둘러싼
끈적한 액체의 냄새가 벌레들을 불러 모아
똥나무라 불리다가 돈나무가 되었다고 해요
다행인 것은 실내에서 자라는 만리향은
열매가 맺히는 듯하다가 스르르 떨어진다니
벌레가 다가설 염려가 덜하겠지만
미리 당겨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설렘을 즐기고 누려봅니다
가을에 하얀 꽃이 피는 은목서
주홍색 꽃이 피는 금목서도
꽃 향기가 멀리까지 간다고 해서
만리향이라고 부른답니다
만리향이라 불리는
자매 꽃들이 여럿이지만
우리 집 만리향은 봄꽃이고
은목서와 금목서는 가을꽃이니
헷갈리지 말아야겠어요
여름에 분홍꽃이 피어나
레몬향 상큼하게 뿌리는 백리향도 있고
만리향과 봄꽃 동무인 천리향도 있어요
서향이라 부르는 천리향은 분홍꽃이랍니다
꽃의 가운데가 하양이다가
홍자색으로 진해져 고운 꽃분홍으로 보여요
만리향과 천리향은
꽃 빛깔도 다르고 잎 모양도 다르답니다
만리향 잎은 둥그스름한 타원형이고
천리향 잎은 길쭉한데 진한 녹색인데요
녹색 매니큐어를 칠한 듯 반짝입니다
꽃은 이른 봄에 천리향 먼저 피고
천리향 질 무렵 만리향이 뒤이어 피어나는데
천 리를 간다는 천리향 향기가
만 리를 간다는 만리향보다 더 진하다고 해요
그럴 수밖에요~
첫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만리향이니
진하기보다는 은은히 남아 오래갈 테죠
첫사랑의 향기는 휘리릭 날아가는 게 아니라
기억의 정원에 잔잔히 머무르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