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78 까눌레의 반전 매력

커피 친구 까눌레

by eunring

밝고 따사로운 봄날과

꽃 진 자리 초록은 눈부십니다

햇살 아래 커피 한 잔은 향기롭고

그 곁에 놓인 똘망한 까눌레는

봄날의 감성처럼 사랑스럽고

예쁘고 달콤하게 반짝입니다


말 그대로 겉바속촉

프랑스 전통 디저트 까눌레의 풀네임은

'까눌레 드 보들레'랍니다

보들레는 '보르도의'라는 뜻이래요


프랑스 보르도 지역 출신 구움 과자로

작고 귀엽고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데다가

감성 뿜뿜 달콤 디저트가 바로

'보르도의 까눌레'인 거죠


과자의 겉껍질은 단단하면서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촉촉한

조그마한 페이스트리의 이름 까눌레는

'세로 홈을 판' '주름을 잡은'

'골이 진' 등의 뜻을 가졌답니다

까눌레 틀의 주름진 모양이

그대로 과자의 이름이 되었대요


접시 위에서 한 송이 앙증맞은

흑설탕 과자 꽃이 피어난 것 같은 까눌레가

도톰하고 탐스럽게 윤기 나는 약과 같기도 하고

얼핏 보면 반짝이는 풀빵 같아 보이기도 해서

팥앙금이 들어 있을 것 같지만

속은 노릇노릇해요


겉껍질은 달달한 캐러멜로 덮여

까무잡잡하고 단단하면서 바삭하지만

노란 속살은 부드럽고 촉촉한 커스터드의

고소한 단맛에 쫀득함까지 어우러진

반전 매력 부자 까눌레랍니다


바삭한 표면은 밀랍 코팅 덕분이고

럼과 바닐라의 맛과 향 덕분에

달콤하고도 향긋한 까눌레는

살짝 탄 듯한 달달함이 매력적인데요

18세기 프랑스 남서쪽 보르도 지방

수도원에서 만들기 시작했다는군요


보르도 지방은 와인으로도 유명한데

아농시아드 수도원에서 와인을 만들 때

와인의 찌꺼기나 불순물을 걸러내기 위해

달걀흰자가 많이 필요했다는데요

그러다 보니 남게 된 노른자로

까눌레를 굽기 시작했다는 거죠


벌을 키워 밀랍초를 만들던 수도원에서

남은 밀랍을 동으로 만든 틀에 발랐다고 해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보르도의 까눌레가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맛있는 건 아끼지 말고

제때 먹어줘야 해요

작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쟁이

까눌레는 커피와 아주 잘 어울리는데요

커피를 즐겨 드시던 고종황제도

까눌레를 좋아하셨다는군요

국립 고궁박물관에 가면 창덕궁에서 쓰던

까눌레 틀을 만날 수 있답니다


식은 커피가 매력 없듯이

시간이 지난 까눌레는

눅눅해져 식감이 떨어지므로

하루 이틀 사이에 먹는 게 좋다는군요


그럼요

커피는 식기 전에

까눌레는 눅눅해지기 전에

그리고 봄날의 고운 감성은

메마르지 않은 촉촉함을 간직해야죠

갓 구운 까눌레의 보드레한 속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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