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86 뚱딴지같다는 말
봄볕이 오지다는 말
뜬금없는 말이나
엉뚱한 행동을 잘하는 사람을
뚱딴지같다고 하는데요
가끔은 내가 바로
뚱딴지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내 친구도 나처럼 뚱딴지같은 사람이군요
뜬금없이 '오월 햇볕이 오지다'는
문자를 톡~ 보냈으니 말입니다
분홍초를 켰는데 봄볕이 오지답니다
어제 칠칠하지 못하게 폴싹 엎어졌다는
내 얘기가 친구 마음에 걸렸던가 봐요
부실한 내 생각을 하며 봄꽃 같은
분홍빛 초를 곱게 밝혔답니다
공동현관 앞에서 느닷없이 엎어졌는데
그 이유가 얇은 비닐 때문이었거든요
바람에 날려 떨어져 굴러다니는
손바닥만 한 비닐조각에 발이 걸려
순식간에 미끄러지듯이 엎어졌으나
조금 아플 뿐 다행히 멍도 안 들고
까인 데도 없으니 괜찮다는 내 말이
그래도 친구의 마음에는 걸렸나 봅니다
괜찮다는 말까지도 마음에 걸린다며
빛깔 고운 분홍 초를 켜 두었답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내며
오월 봄볕이 오지다고 친구가
나직하게 덧붙입니다
분홍으로 밝혀진 기도 초를 보며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해 주니
참 고맙다는 생각에 미소가 번지다가
햇볕이 오지다는 친구의 말에 그만
푸훗 웃고 맙니다
오지다는 말은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는 뜻이죠
어디 한 군데 비거나 허술한 데가 없이
알차고 야무지다는 뜻이기도 해요
'오달지다'가 줄어 오지다가 되었답니다
한때 급식체로 자주 쓰이던 말이었죠
오지다라는 말도 재미나고
오지다라는 말에 키드득 웃어대는
뚱딴지같은 나도 재미나고
뚱딴지라는 말도 참 재미납니다
고집 세고 미련하고 무뚝뚝한 사람을
놀리듯이 이르는 말인데요
행동거지나 사고방식이 너무 엉뚱한 사람을
놀리듯이 하는 말이기도 하고
심술이 난 것처럼 뚱하니
붙임성이 적은 사람을 이르기도 한답니다
뚱딴지라 부르는 울퉁불퉁 돼지감자의
엉뚱한 생김새에 빗댄 말이라고도 해요
예쁜 꽃과 여린 잎이
감자와는 전혀 상관없는데
뿌리가 엉뚱하게도 못생긴 감자처럼 생겨서
돼지감자라고 부르는 국화과 식물이
바로 뚱딴지랍니다
가을에 피어나는 꽃이
노랑노랑 쪼꼬미 해바라기처럼 예쁜데
못생긴 뿌리가 길쭉한 것도 있고
울퉁불퉁 제각각이라 뚱딴지라 부르고
뿌리를 사료로 쓰기 때문에
돼지가 먹는 감자라고 해서
돼지감자라고 부르게 된 거라죠
논과 밭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어디서든 불쑥불쑥 잘 자라 당황스러워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뚱딴지라 부르게 되었다니
그 또한 재미납니다
울퉁불퉁 못생긴 생강 같은 모습에
빛깔은 고구마를 닮은 돼지감자를
깨끗이 씻어 말려 볶아서
따뜻한 차로 우려 마시면
구수한 향에 고소한 맛이 그윽한데요
오늘은 잠들기 전에
따뜻한 돼지감자차 한 잔을 마시고
꿈길도 평안하게 푹 잠들어야겠어요
엉뚱하게도 비닐조각에 걸려 엎어진
순간의 아픔과 놀란 마음도
살며시 잦아들지도 모르죠
돼지들이 아픈 상처를 달래려고
땅속에 묻힌 돼지감자를 파먹는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고
잠들기 전에 마시면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요
지금 내게 딱 필요한 따스함 한 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