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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ug 04. 2022

초록의 시간 503 커피가 좋아요

커피 열매가 익어갑니다

커피가 좋아요

한 잔의 휴식이 되거든요

커피를 좋아해요

한 잔의 위로가 되어주니까요


커피가 좋아서

베란다에 조그만 커피나무

한 그루 화분에 심어 두었을 뿐인데

제자리걸음이라도 하듯이

저 혼자 묵묵히 키가 자라고

윤기 나는 초록 이파리 무성해지더니

어느 날 문득 새하얀 꽃 한 송이

우물쭈물 피어나기 시작하며

반짝이는 설렘과 기다림을 선물합니다


처음부터 꽃을 바라지 않았거든요

열매는 더욱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커피 꽃이

수줍은 얼굴로 꼬무락대며 피어나

반갑고 신기한 마음이 싱숭생숭

기쁨 두 배가 되었어요


새하얀 꽃들이 이어서 피어나리라는 설렘과

꽃송이들에게서 솔솔 커피 향이 나리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혼자 웃기도 하고

어쩌다 꽃이 피었듯이 필 꽃은 피고

꽃이 피었으니 열매도 맺히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부풀~


커피나무 화분 곁을 서성이며

다독이고 어루만지는 시간이 흐르다 보니

느린 걸음이지만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이

그 또한 고맙고 신기합니다


설레며 기대하고 희망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무심히 흐르다 보니

커피 꽃들이 새하얗게 피어나고

꽃 진 자리에 연둣빛 열매가 또르르 맺혀

진한 초록으로 알알이 굵어지더니

발그레 볼 빨간 열매로 영글어갑니다


무심히 기다리니 초록잎 무성해지고

설레며 기다리니 새하얀 꽃이 피고

욕심 없는 마음으로 기다리다 보니

마침내 동그린 열매가 또로록 맺혀

느릿느릿 붉은빛으로 물들어가는 

나의 커피나무는

서두르지 않고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사이에 쑥쑥 자라 

듬직한 키다리 나무가 되어가고 있어요


커피가 좋아요

휴식이고 위로니까요

커피나무를 좋아해요

초록잎이 드리우는 희망의 기지마다

커피 꽃송이 순백의 설렘으로 다가와

기다림의 열매들이 수줍은 듯

발그레 영글어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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