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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ug 05. 2022

초록의 시간 504 엄마네 집

엄마의 큰 나무

우리 동네 큰길 하나 건너

걸어서 십분 거리

엄마네 집이 있어서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가볍게 산책 삼아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엄마네 집이 있고

아직 엄마가 곁에 계시니

하늘을 향해 고맙고 감사하다고

배꼽인사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엄마네 집에 가면 아파트 단지에

여리여리 분홍 꽃송이 꽃핀처럼 꽂고 있는

애기 배롱나무가 먼저 나를 반깁니다

작고 어리지만 제법 철이 든 나무라

봄이면 어김없이 연초록 새순을 비죽 내밀고

여름이면 고운 꽃미소 수줍게 건네는

순하고 예쁘고 기특한 나무입니다


안마당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듬직한 삼 형제 나무가 

어깨동무라도 하듯이 나란히

무성한 초록 그늘을 사이좋게 드리우고

바람에 초록 잎사귀를 나풀대며

어서 와~반겨줍니다


몇 걸음 더 가면

울 엄마가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한 그루 큰 나무가 있어요

아직 이 세상에 울 엄마네 집이 있고

엄마네 집 곁에서 엄마를 지켜주는

한 그루 느티나무가 있어서

마음이 넉넉하고 든든합니다


엄마랑 아파트 안마당 한 바퀴

천천히 돌다가 큰 나무 앞에 서서

오늘 하루도 잘 지켜 주세요~라고

잠시 기도를 하기도 하는데요


엄마는 키가 엄청 크다고

감탄의 목소리로 큰 나무라 부르시는데

나는 속으로 아버지 나무라고 부릅니다

이 세상에 없는 아버지의 집 대신이라고

큰 나무를 우러르기도 해요


큰 나무와 삼 형제 나무

그리고 꽃분홍 엄마 옷을 닮은

애기 배롱나무가 있는  울 엄마네 집이

이 세상 내 곁에 있는 동안

엄마를 더 많이 아끼고

많이 사랑해드려야겠어요


언젠가는 그립고 또 그리워질

저 먼 달나라도 별나라도 아니고

바로 우리 동네 큰길 하나 건너에서

울 엄마네 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엄마 엄마 울 엄마~라고 많이 부르고

꽃보다 더 예쁜 울 엄마~라고

자꾸자꾸 속삭여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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