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02 한 송이 숨은 꽃이 되어
바람 아래 고요히
한 송이 숨은 꽃이 되어
흐르는 바람 아래 고요히
작고 여린 마음으로
한가로이 노닐다가
한 송이 숨은 꽃이 되어
스치는 빗방울 사이로 살포시
발자국 소리 나지 않게
살금살금 제자리를 맴돌기도 하고
한 송이 숨은 꽃이 되어
그윽한 꽃의 노래에 귀를 열고
떠오르는 얼굴들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고운 이름들을 불러보기도 하고
한 송이 숨은 꽃이 되어
반짝 빛나는 햇살 아래 머물러
투명한 햇살 한가득 품어 안은
미소 잔잔히 머금고
한 송이 숨은 꽃이 되어
곱게 저무는 노을 속에서
나 홀로 외롭고 적막한 시간을
소리도 없이 서성거리다가
한 송이 숨은 꽃이 되어
날아오는 별빛 안고 평온히
내일을 향해 발돋움하는
꽃의 하루를 닮아갑니다
슬픔의 빛도 애써 감추지 않고
아픔의 깊이도 굳이 드러내지 않으며
기쁨까지도 소리 내지 않고 피고 지는
한 송이 숨은 꽃의 노래에 기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