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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11. 2022

초록의 시간 514 가을꽃길 걸어요

계절이 흐르고 세월이 가듯

가을꽃이 피면 우리

사뿐사뿐 꽃길 걸어요

인생이 꽃길이 아니더라도

계절이 오고 가며 선물하는

곱고 향기로운 꽃길은

늘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구불구불 인생의 길이

막막하 녹록지 않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테죠

보송보송 구름도 제갈길을 가고

살랑살랑 바람도 제갈길을 흐르고

계절도 제갈길을 가고 흐르듯이

우리들 인생도 저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제갈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는 것이니까요


부실하고 부족한 몸과 마음으로

늘 오르막길을 위태로이

내리막길을 버겁게 오르락내리락

비탈길에서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고

울퉁불퉁 돌길에서는 비틀거리지만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고 전하는

다정한 친구들이 있고

가까이에서 서로의 얼굴빛을

가만가만 살피며 다독이는 가족들이 있으니

비록 곱고 화사한 꽃길 아니라도

걸을 만하다고 생각하며 웃곤 해요


때로 그 웃음이 텅 빈 헛웃음이거나

커피처럼 쓴웃음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입꼬리 올릴 기운이 조금은 남아 있으니

씁쓸 미소라도 다행이다~하면서요


가을에는 우리 함께

꽃길 걸어요

가을꽃 향기 쌉싸름 감도는

향긋한 가을꽃길을 함께 걸어요


걷다가 잠시 발걸음 멈추고

높아가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크고 깊은숨을 들이쉬기로 해요

한숨이 아나라 큰 숨을 쉬어보기로 해요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머뭇머뭇 주저하며 쉬기도 하고

목이 마르면 모금 나누기도 하며

우리 함께 가을꽃길을 걸어요

걷고 걸어 어딘가를 향하지 않더라도

걷는 순간이 꽃처럼 향기로우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요


우리 꽃길 걸어요

하늘하늘 꽃길 아닌

살랑이는 바람길이라도

꽃신 아니라도 깃털 바람결 따라

정답게 또박 걸음으로 함께 걸어요


그리고 잊지 마요

계절이 흐르고 세월이 가듯

우리도 함께 흐르고 가는 거니까요

내가 나와 손 잡고 걸으며

그리고 우리 함께 하는 길이라면

꽃길 아니라도 그 모든 길이

이미 고운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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