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37 서로의 불빛이 되자
참 좋은 친구에게
잘 잤니 친구야
어김없이 해님이 떠오르면
상쾌하게 아침 안부로 시작하는
하루가 나는 참 좋다
친구야 저녁은 먹었니
어둑어둑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따뜻하고 정겨운 저녁 안부를 건네며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나는 참 좋다
계절이 기울어가면
오가는 계절을 보내고 맞이하며
한 해가 저물어가면
거침없이 가고 또 오는 세월을 향해
아쉬움과 반가움의 손인사를 건네며
서로에게 시간의 빛이 되고
세월의 불빛이 되어주는
우리가 참 좋다
그러자 우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때로는 나란히 함께 가며
작아서 더 귀하고 소중한
서로의 불빛이 되자
마음을 환하게 밝히며 미소를 주는
반딧불이가 되기도 하고
발아래 그림자까지 포근히 안아주는
아련한 달님이 되기도 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머뭇거리며 망설일 때
깜박깜박 방향을 알려주는
작고 귀한 등불이 되자
눈부시게 빛나지 않아도
고단함 쓰다듬고
안타까운 마음 다독이며
말없이 젖어드는 불빛이 되자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화려해서 오히려 소란한
몇 마디 말 대신
부드럽고 따사로운 온기를 건네는
다정한 위로의 등불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