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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an 07. 2023

초록의 시간 538 엄마꽃 리시안

엄마라서 좋아요

모든 것은 변하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을 찾으라 하면

엄마의 사랑이 아닐까요


몹시도 추운 생일날 아침

애잔한 울 엄마를 닮은 꽃

보랏빛 리시안셔스 한 묶음을 받아

투명 유리화병에 꽂았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닮은 꽃

리시안셔스의 꽃말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랍니다

모성애라는 꽃말도 지닌 리시안셔스는

줄여서 리시안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말 이름은 꽃도라지래요


겨울꽃은 아니지만

내 생일이 들어 있는 1월에 

고운 빛으로 피어나는 리시안셔스는

애틋한 모습이라 살며시 안아주고 싶어요


꽃송이의 빛깔이 장미처럼 다채로워

하양 노랑 연분홍 연보라 진보라

연초록 살구빛 청자빛 꽃송이들이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하늘하늘

여리지만 제법 단단한 줄기에  매달리는데

우리 집에 나를 만나러 온 꽃은

보랏빛 머금은 하양입니다


여리지만 강하고 예쁜 꽃을 보며

엄마꽃이라고 불러봅니다

하늘하늘 예쁜 꽃을

엄마인 듯 눈으로 어루만집니다


꽃송이는 눈으로 안아주고

대신 엄마를 안아드립니다

엄마가 나이 들어 작아지시니

엄마를 안아드릴 수 있어 좋아요

엄마가 기운 빠지셔서 손을 내미시니

엄마 손을 잡아드릴 수 있어 좋아요


전에는 쑥스러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엄마 예쁜 울 엄마~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어 좋아요


사랑한다고 말하려다 머뭇머뭇

사랑한다는 말까지는 아직 어색해서

선뜻 건네지 못해 머뭇거리다가

사랑스러운 울 엄마~라고

살짝 돌려 말할 수 있어  좋아요


말수가 적어 상냥하지 못한 엄마에게

숫기가 없어 살갑지 못한 부끄럼쟁이 딸이

이제야 엄마에게 서툴지만

다정한 한마디를 건넵니다

예쁜 엄마라고

엄마는 그냥 엄마라서 좋다고

이렇게 말하기까지

 많은 날들이 굳이 필요했을까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내일이 아닌 오늘 말할 수 있어서요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보랏빛 레이스를 두른 하얀 꽃

리시안셔스를 보며 중얼거립니다


겨울에 피어나

더 고운 리시안셔스처럼

내 엄마라서 고맙고

내 엄마라서 사랑스러워요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은 어색하지만

마음으로는 수없이 중얼거린

사랑한다는 말~


생일날 아침

리시안셔스처럼 애잔한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했어요

추운 겨울아침에 낳아주시고

애써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없이 웃으시는 엄마에게

또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딸 잘 컸지?

그리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나 참 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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