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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Oct 26. 2023

초록의 시간 606 가을빛 향기속

커피 친구 당근케이크

점점 꼬리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깡총깡총 토끼해가 가기 전에 

폭신한 당근케이크 한 조각 먹어야죠

당근의 다정하고  따스한 주홍빛이

깊어가는 가을을 닮았습니다


당근이지~라고

초록 모자 멋들어지게 눌러쓰고

당근케이크 위에 살포시 얹힌

쪼꼬미 당근이 쫑알대는 것 같아요


날 봐~

딱 가을의 빛과 향기지~ 라고

덧붙이며 뽀샤시 웃고 있어요

시간이 미끄러지듯이 흘러

연둣빛 봄날 지나 푸르른 여름 가고

어느새 황금빛 가을이라니


토끼가 좋아하는 것도 당근이고

시간이 미끄럼틀에 올라앉으면

주르르 사정없이 미끄러지다가

폴싹 주저앉으며

세월이 되는 것도 당근이고


가을빛처럼 곱고 향기 좋지만

가을빚 향기속

빛나는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빛깔과 영양을 살리고 도와주는

보조출연자임을 여유로이 즐기고 누리

달콤 케이크 위에 떡하니 올라앉은

당근~ 야말로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뽀시래기 당근이 으스대고 있어요


그렇군요

김밥에 든 당근만 쏙쏙 빼고 먹는

친구가 문득 생각나서 웃습니다

어쩌다 김밥을 먹게 되면

겉옷처럼 두른

김두루마기를 벗겨내고 먹는 나와

그 친구가 마주 앉아 웃던 순간

그 순간의 반짝임이 문득

마음을 환하게 합니다


어쩌겠어요

깊어가는 주홍빛 가을옷을 휘날리며

휘리릭 가는 세월 붙잡아 무엇하리

순간순간 빛나는 마음이면 그만인 것을

케이크 한 조각 입에 무는

그 순간의 달콤함이면

무한 감사한 거지~


중얼거리는 나를 향해

뽀시래기 당근이 눈웃음을 보내며

이렇게 말하는 듯해요

그럼 그럼 당근이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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