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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Oct 28. 2023

초록의 시간 607 가을하늘 한 줌

계단을 오르기 전

친구가 뒷산 둘레길 초입에서 찍은

가을하늘 한 줌을 보내줍니다

계단 올라서기 전이라는군요

단풍의 유혹에 이끌려

계단 앞에 서 있다는 말에

하하 웃습니다


그렇군요

가을은 단풍의 계절

그리하여 유혹의 계절입니다

늘어지게 늦잠도 자야 하고

세탁기에서 빨래도 꺼내 널어야 하고

단풍의 손짓에도 반갑게 화답해야 하니

가을은 부지런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꽃처럼 고운  붉은 잎들이

눈부신 햇살에 시들기 전에

꽃보다 해맑은 노란 이파리들이

바람에 날려 나풀대기 전에

만나서 반갑다고

손 흔들며 눈웃음 나누고

소리 없는 수다도 떨어야 해요


추억의 노래를 꺼내 흥얼대며

잠시잠깐 지난 추억에도

애틋이 물들어가며

시리게 푸르른

가을하늘 한 줌 에 넣고

나비처럼 두 팔을 사부작거리며

하늘하늘 걸어봅니다


곁에 좋은 사람 함께이거나

마음 안에 그리운 이 함께 해도 좋고

오로지 혼자만의 길이어도 괜찮은

가을길은 외로우나 외로워서 더 곱고

찬란하지만 소란하지 않아서

차분하고 고즈넉한

마음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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