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Oct 29. 2023

초록의 시간 608 떨어진 꽃

그러나 혼자가 아니랍니다

꽃망울 곱게 맺혔다가

사랑스럽게 피어나는 꽃

그러다가 안타깝게 시들어

지는 꽃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직 시들기도 전에

뜬금없이 홀로 뚝 떨어져

맥락 없 구르는 꽃도 있음을

길을 걷다 우연히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얼핏 보고

돌계단 사이에서 비죽 고개 내민

한 송이 꽃인 줄 알았는데요

자세히 보니 떨어진 꽃입니다


돌계단 바로 곁에

노란 꽃 가득 꽃발이 있는데

어느 철없는 이지나가다가

한 송이를 툭 별생각 없이

재미 삼아 꺾었을까요

그냥 두지 그랬어~


예쁘고 사랑스러워

한 송이 뚝 꺾는 것도 사랑이지만

가만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더 깊고 크고 포근한 사랑임을

미처 모르는 어느 철부지 손이

아마도 노린 꽃 한 송이를

예쁘다고 꺾어 잠시 들여다보다가

금방 땅에 떨구며 중얼거렸을 테죠

그냥 둘 걸 그랬어~


알아요 그 마음

사랑해서 그랬음을~

그럼요 사랑하여 쓰다듬는 손길

힘이 너무 들어간 것임을~

잠시 잊었던 거죠

조그만 한 송이 꽃이 하나의 우주이고

진심 사랑이란 서로를 존중하여

함부로 선을 넘지 않는 것임을~


그래도 다행입니다

노란 꽃 한 송이 홀로

낯설어 서먹하고 외로울까 봐

바로 곁에 단풍잎 하나 날아와

친구인 듯 연인인 듯 나란히 앉아

소리도 없이 다정한 모습입니다


따사롭게 손 내미는 

오지랖쟁이 가을햇살 덕분에

사랑의 그림자도 잔잔히 머무르고

꽃과 이파리의 소곤거림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 

잠시 발걸음 멈추고 숨 죽이는

가을날의 눈부신 한순간이

고요히 아름답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607 가을하늘 한 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