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08 떨어진 꽃
그러나 혼자가 아니랍니다
꽃망울 곱게 맺혔다가
사랑스럽게 피어나는 꽃
그러다가 안타깝게 시들어
지는 꽃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직 시들기도 전에
뜬금없이 홀로 뚝 떨어져
맥락 없이 구르는 꽃도 있음을
길을 걷다 우연히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얼핏 보고
돌계단 사이에서 비죽 고개 내민
한 송이 꽃인 줄 알았는데요
자세히 보니 떨어진 꽃입니다
돌계단 바로 곁에
노란 꽃 한가득 꽃발이 있는데
어느 철없는 이가 지나가다가
한 송이를 툭 별생각 없이
재미 삼아 꺾었을까요
그냥 두지 그랬어~
예쁘고 사랑스러워
한 송이 뚝 꺾는 것도 사랑이지만
가만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더 깊고 크고 포근한 사랑임을
미처 모르는 어느 철부지 손이
아마도 노린 꽃 한 송이를
예쁘다고 꺾어 잠시 들여다보다가
금방 땅에 떨구며 중얼거렸을 테죠
그냥 둘 걸 그랬어~
알아요 그 마음
사랑해서 그랬음을~
그럼요 사랑하여 쓰다듬는 손길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임을~
잠시 잊었던 거죠
조그만 한 송이 꽃이 하나의 우주이고
진심 사랑이란 서로를 존중하여
함부로 선을 넘지 않는 것임을~
그래도 다행입니다
노란 꽃 한 송이 홀로
낯설어 서먹하고 외로울까 봐
바로 곁에 단풍잎 하나 날아와
친구인 듯 연인인 듯 나란히 앉아
소리도 없이 다정한 모습입니다
따사롭게 손 내미는
오지랖쟁이 가을햇살 덕분에
사랑의 그림자도 잔잔히 머무르고
꽃과 이파리의 소곤거림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도
잠시 발걸음 멈추고 숨 죽이는
가을날의 눈부신 한순간이
고요히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