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Oct 31. 2023

초록의 시간 609 시클라멘의 자유시간

가출이 아니랍니다

커피 한 잔 사 들고

동네 한 바퀴 돌다가

클라멘의 자유시간을 만났어요

처음엔 시클라멘 가출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는데요

가출이 아니랍니다


갑갑한 화분이 아닌

볕 잘 드는 부드러운 흙마당에

이웃집 어느 귀여운 꼬맹이가

삐뚤빼뚤 서툰 글씨로 꽃~이라고

이름표까지 꽂아 두었어요


앙증맞은 글씨로

꽃이니 꽃~이라고 쓰고

그 아래 꼬맹이 이름도

귀염뽀짝 그려져 있으니

가출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이제 막 자기 이름 쓰기를 배운

어린 꼬맹이가 고사리손으로  쓰기에

시클라멘이라는 꽃 이름이

꽤나 복잡 미묘하고 어려웠을 테죠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꽃의 이름표에 꽃이라

자신 있게 자기 이름을 쓰며 

빙그레 웃었을 그 마음이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어루만지듯 한참 들여다보다가

사진으로 찍어 마음에 저장합니다


수줍은 소녀 미소 지으며

다소곳이 화분에 담겨

볕 좋은 창가에 놓인 시클라멘을 보다가

흙마당에서 노숙하며 혼자 노는

자유인꽃 시클라멘을 보니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기도 하지만

틀을 깨고 나온 모습이

오히려 자유롭고 유쾌해서

즐거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시클라멘은 '수줍음'과

'내성적 성격'이라는 꽃말을 가졌으니

아마도 대문자 I 성향일 테죠

방콕 집콕을 좋아하는 화분콕 시클라멘이

울도 담도 없는 맨땅에 덩그러니~


그러나 혼자가 아니랍니다

사랑스러운 이름표를 그려준

꼬맹이 친구가 있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608 떨어진 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