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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Nov 03. 2023

초록의 시간 610 낙엽의 시간

낙엽을 줍는 이유

동네 한 바퀴 돌다가 만난

가을 아침 쌀쌀함 속에는

가을비 한 줌 숨어 있어요


오후 비소식 기다리니

학교 가는 아이들 손에

대롱대롱 우산이 매달리고

해님이 들락날락 변덕을 부리는

11월의 하늘도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낙엽의 시간 속에서 분주해 보입니다


저만치 앞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며

가랑잎처럼 손을 흔드는 소녀가 있어요

등에는 묵직한 책가방

그리고 손에는 우산과 단풍잎

손에 든 단풍잎 팔랑이며 소녀가 웃는데

돌아보니 또래친구가 걸어오고 있어요

나풀대는 손짓과 살랑이는 단풍잎 인사는

나를 지나쳐 또래친구에게로 날아갑니다


우연히 두 소녀의 대화를

얻어듣게 되었어요

낙엽 주웠니

낙엽 줍는 숙제도 다 있네

낙엽은 왜 줍는 거지

숙제니까


까르르 웃는 두 소녀의 모습이

빨강 노랑 애기 단풍잎을 닮았습니다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웃는다는

참 예쁜 소녀들의 시간 속에서

바스락 가랑잎 같은 나도

슬며시 따라 웃어 봅니다


그렇군요

봄날의 새 순 같은 두 소녀는

숙제로 낙엽 몇 이파리 줍다가

잠시 낙엽의 시간을 함께 하며

더불어 왜~ 라고 묻는

어린 인생의 순간도

잠시 손에 쥔 셈입니다


재잘대며 사라지는

두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왜~ 라고 중얼거립니다

가을은 왜~

마음을 불러내는 것일까


가을은 왜 자꾸만~

잔잔한 마음에

바람을 일으키는 것일까

함께 놀아주지도 않을 거면서

금방 나 몰라라~

매정하게 달아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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