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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Nov 04. 2023

초록의 시간 611 행복이 뭐라고

내가 뭐라고

행복이란 뭘까~

부질없이 중얼중얼

그래 행복은 순간의 반짝임이지

혼자 빛날 수 없을 땐

염치 불구하고 햇살에 묻어가는

한순간의 영롱한 눈부심이지~


내가 뭐라고~

한 발 앞서거나 얼굴 내세우거나

다투거나 드러내지 않고 올망졸망

욕심 없이 매달린 산수유 열매처럼

행복은 그런 것이지~


행복은 작고도 여리고

사랑스러운 한 무리의 뭇별들이

붉디붉은 산수유 열매처럼

옹기종기 모이고 모이고 또 모여

은하수 되어 반짝이는 


태양이나 북극성처럼 뽀대 나게

혼자서 왕반짝이는 게 아니라

내가 뭐라고~

작고 여리고 이름 없으나

그 나름 의미 있고 소중한 별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무수히 모여

오순도순 손 마주 잡고 

사이좋게 흐르며


수줍어 얼굴 드러내지 않고

소란스레 목소리 높이지 않고

행여 유난스럽게 눈에 띌세라

발자국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폭신 실내화 신고 조심 걸음으로

서로를 다정히 빛나

서로를 응원하며

바지런히 반짝이는


단 한 번 보고 말 것이 아니고

한번 듣고 말 것도 아니고

한 번 반짝이고 마는 것이 아니라서

실바람처럼 여리고 부드럽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살며시

그러나 지치지 않으며

빛나고 반짝이고 또 빛나는 것이

포근하고 잔잔한 행복인 


그러니까 행복은

번개처럼 번쩍이는 게 아니고

한방에 빵~ 대박이 나는

요란하고 대단한 그런 것도 아니고

크고 굵고 값비싼 보석도 물론 아니고

햇살 머금어 빛나는 산수유 알맹이들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알알이 맺혀

바람의 손길 따라 영롱하게 나풀대며

서로를 위해 미소 건네는

작고 귀하고 순수한 마음인 듯


강가의 모래알들이 반짝이듯

모래알 같은 행복이 모여

잔잔하고 오래가는

행복의 발자국이 되는 듯


행복의 무게는

묵직하게 견뎌야 하는

찬란한 금빛 왕관의 무게가 아니라

산수유 열매처럼 고운 빛으로 영글어

유유히 흐르고 맘껏 날아오르는

한 잎 새털의 가벼움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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