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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Nov 06. 2023

초록의 시간 612 가을내음 바스락

겨울숲을 향합니다

가을비 한 번에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건너뛰는 발걸음 걸음마다

가을내음 바스락 스러지며

겨울숲을 향합니다


연둣빛 순한 봄날의 설렘

그 흔적도 저기 어디 남아 있어요

지난여름 세차게 퍼붓던 빗줄기도

저기 어디 한 뼘쯤 고여 있으니

봄과 여름과 가을이

나란히 사이좋게 손잡고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봄날의 추억도

어느덧 꿈처럼 지나가고

눈부신 여름날의 푸르른 기억들도

붉고 노란 단풍잎으로 스며들어

바람 한 자락에 흐트러지다가

빗줄기 따라 바닥에 흩어지며

서둘러 길 떠날 채비를 합니다


보송하고 포근한 겨울 이불을 덮고

늦잠에 취하고 싶은 늦가을 아침

쏟아지는 바람과 흐트러지는 빗줄기

고운 꽃들도 납작하게 땅에 눕고

듬직하게 키 큰 나무 화분도 그만

멀거니 자리에 누웠습니다


솜이불 대신 비바람이불을 덮고

꽃들도 나무들도 겨울을 향해

내년 봄을 위한

여행을 준비합니다


멀고 길고 어둡고 추운 겨울여행도

여행은 여행이니 첫눈처럼 설레겠으나

수없는 바람과 함박눈 속에서

이불 밖으로 빼꼼 눈만 내밀고

묵묵히 지내야 할 시간들이

문득 쓸쓸합니다


그래도 내 곁에 그대가 있고

그대 안에 내가 있으니

바스락 소리 고즈넉한 가을비 속에도 

가을내음 듬뿍 안은 마음이불의

온기가 정겹고 따사롭게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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