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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Mar 01. 2023

초록의 시간 554 봄바람은 눈물바람

봄은 울보랍니다

봄바람은 거침없이 옷깃 헤치며

안으로 품 안으로 파고들어서

임의 바람이라는데

내게는 봄바람이 사정없이

시리고 아프게 눈으로 파고들어

눈물바람이랍니다


스치기만 해도 눈꼬리가 아파서

저절로 눈물이 나거든요

마음에도 눈꺼풀이 있다면

슬픔에도 여린 살갗이 있다면

봄바람은 눈꺼풀에 내려앉고

여리디 여린 살갗을 스치며

방울방울 눈물방울 떨구어 놓고

저만치 달아납니다


그래서 다정한 친구가

보고 싶다 할 때

다음에 보자고 했어요

약속은 다음으로 미룰 수 있으나

봄바람 스칠 때마다

눈꼬리에 맺히는 슬픔은

차마 다음으로 미룰 수 없으니까요


봄바람은 눈물바람

그리고

봄은 울보라서

봄날의 모든 약속이

눈물에 젖을까 안타까우니

그립고 보고파도 참아보기로 해요


꽃 필 때 만나자~고

바람 끝에 이슬 대신 꽃망울 맺힐 때

환한 얼굴 가득

보송한 미소 지으며 만나자~고

봄날의 약속은 서두르지 않고

잠시 미루기로 합니다


사랑이 밀당이고

우리 인생이 밀당이라면

무정한 봄바람도 밀당의 매력을 알 테니

매정함 벗어던지고 다정함으로

덥석 안겨올 날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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