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57 봄은 슬프다
슬퍼서 봄이다
봄이 오는 길가의 풀포기들이
누런 잎을 납작하게 수그리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느릿느릿
연하디 연한 연둣빛을 내뿜고 있어요
봄이 안고 오는 빛은
빛이 아니라 소리 같아요
봄이 건네는 소리는
소리가 아니라 눈물 같아요
봄날의 빛과 소리는
노래가 아니라 소리 없는
울음 같아요
양지바른 곳에서
수줍은 안부와도 같은
산수유꽃망울 잔잔히 맺히면
노랑 미소 닮은 나리 나리 개나리꽃
담장을 타고 피어오르고
꽃길 걷자고 백매화 홍매화가
아른아른 사랑스러운 손짓을 하며
아씨 걸음으로 다가오는데
조금씩 키가 자란 햇살 덕분에
저녁 어스름이 서두르며 내려오다 말고
머뭇머뭇 멈칫댑니다
하루가 달아나는 모습이 아쉽고
귀해서 아깝고 안타깝다는 듯이
봄날의 어둠은 더디게 내려옵니다
어둠이 머뭇거리며 늑장을 부리는데도
봄날의 하루는 여린 꽃인 듯
금방 시들어요
봄이라고 쓰고
꽃이라 읽을까요
연두라고 쓰고
봄날이라 읽을까요
봄이 슬픈 것은
꽃다운 나이라서~라고
중얼거립니다
봄이 아픈 것은
여리고 꽃다운 나이일수록 유난스럽게
온갖 생각이 많아져서~라고
혼자 또 중얼댑니다
도란도란 피어나는
꽃잎들의 수만큼이나 소란한
생각의 꽃들이 저마다 손 흔들며
그리움 안고 피어나서~라고
부질없이 또 중얼거려 봅니다
봄은 꽃이라서
봄날은 연둣빛이라서
고운 걸음으로 왔다가
지는 꽃처럼 저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