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56 그때가 좋았으나
지금이 더 좋다
촤라락 봄볕이 좋아서
봄볕 속에서 수줍게 반짝이는
사랑스러운 봄날의 설렘이 좋아서
동네 한 바퀴 돌다가 우연히
예전 친구님을 스치듯 만났어요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셔
양손으로 오목하게
눈 위 그늘을 만들며 걷는데
누군가 툭 내 앞을 막아서며
짤막하게 외치는 거였어요
어머나 몰라보면 어떡하냐~고
그 친구님은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니고
몇 년 전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친구님이라
동네 한 바퀴 산책길에서의 만남이
뜻밖이어서 몰라볼 수밖에요
게다가 마스크 얼굴이어서
모르고 지나칠 뻔했는데
그 친구님이 먼저 알아보고
내 앞을 가로막은 거라서
뜻밖의 만남이
더 귀하고 반가웠어요
스치듯 만나 인사 나누고
다음에 차 한 잔 하자는
약속 아닌 약속을 나누고
돌아오며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참 좋았다~
그리고 또 생각했어요
지금 이 순간도 나중 생각하면
어김없이 참 좋은 때~라고
생각하며 바라본 봄하늘이
새파랗지도 않은데 눈이 시큰했어요
그런 거죠
그때도 좋았으나 지금 우리
참 좋은 이 순간을 스치고 지나가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
봄빛처럼 마음이 보송보송
봄바람 따라 생각도 보들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