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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Nov 23. 2023

초록의 시간 626 늦잠도 쉽지 않은

늦잠은 아무나 자나

변덕쟁이 눈비소식 기다리고 있노라~

친절한 날씨요정의 알림이 이어지며

나른하게 늘어지는 늦가을 아침이

회색빛으로 흐리고 뿌옇습니다


잠을 설쳐 날씨처럼 개운하지 않으나

느긋하게 여유라도 부려보고 싶어

진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에스프레소 한 잔에

쫀득한 캐러멜이 들어가고

소금알갱이 톡톡 흐트러진

달콤 짭조름한 초콜릿을 곁들입니다


반짝이는 소금 알갱이를 보니

잠시 소금이 귀해지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유행처럼

번지다 만 작은 소동이 생각납니다


그때 철없이 떠오른  건

좋아하는 소금빵이 먼저였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소금의 짠맛

모든 맛의 기본이니

변함없이 귀한 것이죠


커피와 초콜릿 앞에 두고 있으니

어느 영화 대사가 떠오릅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야

어떤 걸 가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

포레스트 검프의 엄마가 하신 말씀이죠


거기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어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 하나 옆에 끼고

타박타박 무작정 떠도는 여행이야

어느 초콜릿을 맛보게 될지 알 수 없고

초콜릿 상자가 텅 비어 있을 수도 있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게 인생인 거야


인생에는 도돌이표도 없고

왕복여행이 아니라 편도일 뿐이고

속도 제한도 없고

게다가 과속방지턱도 없고

더구나 한결같은 일방통행이라서

때로 안타깝고 막막하지


그 모든 걸 하나하나

늦잠이 쉽지 않은 나이에

비로소 어설프게 알아가는 것이

다행일까~ 친구에게 물었더니

그렇~ 고개 끄덕이며

친구가 맞장구를 쳐줍니다


늦잠도 다 때가 있어서

마음이 제아무리 철부지라도

잠은 이미 어른잠이거든

뭐 그리 부지런하지도 않으면서

아침 일찍 눈이 떠지고

일찍 일어난 만큼 일찍 자야 하는데

그렇진 않으니 대략 난감이라는

친구의 말에 공감합니다


늦잠 쉽지 않아

어릴 땐 늦잠이 쉬웠는데

어릴 땐 쉬운 일들이

지금은 하나도 쉽지 않아

그 거이 인생~

친구와 마주 보며 웃고 맙니다


하루가 고단할수록

잠은 저만치 달아나고

길고도 짧은  하루

잠깐 낮잠으로 달래 보지만

밝은 대낮의 낮잠은

어설프고 어중간한 잠이라

한없이 여유롭게 늘어지는

늦가을 오후가 더 나른하기만 해요


되돌아설 수도 없고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인생

초콜릿 맛 내 맘대로 고를 수 없는

허무한 상자 하나 들고 머뭇거리는 사이

늦가을 해는  한 뼘이나 더 짧아지고

지는 해는 더 허무하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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