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25 서로의 그림자
친구의 이름을 부를 때
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할머니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젊고 예쁘신 할머니와
사랑스러운 꼬맹이가 알콩달콩
시장놀이를 하며 내 곁을 지나갑니다
시장에 가면 할머니도 있고~
장난기 뿜뿜 귀여운 꼬맹이가
할머니를 놀리며 까르르 달아납니다
요즘 할머니들은 할머니라 불리는 걸
몹시 언짢아하신다죠
홍길동도 아닌데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르지 못하는~
하지만 새초롬 할머니들도
예외는 있다고 해요
손주들의 할머니 소리는
무조건 대환영이랍니다
나 잡아봐라~
마치 서로의 그림자인 듯
예쁜 할머니와 귀요미 손주의
재미난 모습이 정겹습니다
시장에 가면~
덩달아 나도
시장놀이를 기웃거립니다
시장에 가면 친구도 있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아침 안부를 건네려고
톡문자를 시작하려다 멈칫~
친구의 폰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
AS를 받으러 간답니다
그러니 잠시 휴가를 주기로 했죠
핸드폰을 열자마자 뜬금없이
소란스러운 게임 캐릭터가 튀어나와
난리부르스를 춘다고 하니
대락 난감
친구에게 쉬는 시간을
안부를 전하는 톡문자에게도
잠시 휴식을 주기로 했어요
사람이든 기계든
고장이 나면 고쳐가며 살아야죠
핸드폰 수리를 맡기러 가는 친구에게
집을 나서는 순간 다 잊으라고
온전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시간을 누리라고 했어요
스마트폰에 묶여 지내는 시간이
제법 길고 꽤 번잡하니까요
잠시 스마트폰을 멈추고
세상의 중심에 오직 혼자인
친구를 방해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침마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도
오늘 하루 평온하기를 건네는 안부도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다만 혼자서
시장놀이라도 해볼까요
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시장에 가면 친구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