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Apr 21. 2023

초록의 시간 562 늦은 꽃

지금이 가장 예쁠 때

이른 봄 부지런히 서둘러 피었다가

아이스크림 녹듯 사르르 녹는

수줍은 애기 봄꽃도 있고

늦은 봄 느긋한 발걸음으로 왔다가

미련 두지 않고 바람결에 우수수

제 갈길 가는 어른 봄꽃도 있어요


차를 타고 지나는 길에

유난히 느리게 피어나는 왕벚꽃이

몽그르르 피자마자 뚝뚝 떨어져

분홍 꽃비늘인 듯 살포시 깔려있다가

바람 한 줄기에 꽃이파리 한 움큼씩

제멋대로 휘날려 꽃비를 내리기도 하고

수북이 쌓인 꽃눈이 되기도 합니다


홍루몽의 임대옥이 생각났어요

바람에 날려 떨어진 꽃이파리들을

물에 띄워 보내는 가보옥에게

물에 젖어 흐르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떨어진 꽃잎들을 고운 주머니에 모아 담아

소복한 꽃무덤을 만들어 주거든요


병약하여 눈물도 많은 임대옥은

사랑하는 가보옥과 이이지지 못하고

봄꽃처럼 짧고 애잔한 삶을 살다 갑니다

여리고 사랑스러운 봄꽃 같은 그녀의 삶도

분홍 꽃무덤이 되어 기억에 남아 있어요


늦게 피어나

서둘러 진 꽃을 보며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른 봄꽃들도

늦은 봄꽃들도 그리고

봄꽃 닮은 우리 인생의 꽃송이

피어날 때 아련히 곱고

바람에 흩날리며 애틋한 미소 건네다가

사뿐 걸음으로 내려앉은 꽃잎마저

눈물 나게 곱듯이~


그 누구든

모든 삶의 모든 순간마다

지금이 가장 예쁠 때~였으면

좋겠어요 봄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561 커피친구 소금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