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Apr 22. 2023

초록의 시간 563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그녀와 헤어집니다

웃으며 그녀를 보내줍니다

그녀와 열여섯 해를 사귀었어요

짧지 않은 세월을 함께 했죠


날이 맑으면 맑아서

그녀를 생각하며 웃었어요

후두득 비가 오면 비가 와서

그녀를 만나러 우산을 챙겨 들고

눈이 오면 하얀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사시사철 변함없이 초록옷 입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문을 나서고

그녀의 곁을 서성이다가

그녀에게 마음을 기대곤 했어요


내 맘이 울적함으로 가라앉고

세상 모든 일이 시들할 때

햇살의 다독임이 필요하고

한 마디 다정한 위로가 절실할 때

그녀를 찾아가 말없이

커피 한 잔의 따스함을 나누곤 했어요


세상에 어느 것 하나 영원한 건 없고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잘 알면서도 아뿔싸~또 놓치고

다시 안타까움에 빠져들며

작별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녀는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녀가 내 곁을 떠나는 날이 올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지금 나는 흔들립니다

바람에 하염없이 흩날리는

풀이파리 같은 마음입니다


그러나 웃으며 보냅니다

햇살 미소 건네며 그녀와 헤어집니다

우울의 시간을 향기로이 함께 해준

초록옷의 그녀가 내게서 멀어진다 해도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제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길 하나를 건너야 합니다

바로 곁에 있다가 조금 멀어졌을 뿐

그녀의 향기는 여전히 싱그러운 초록이라서

멀어진 그녀를 향해 길을 건너는 순간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기억들은

잔잔한 시냇물이 되어

반짝임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함께 하는 동안 행복했고

마음을 기댈 수 있어 좋았어요

이제 또 다른 이별을 만나기 위해

길을 건넙니다


애니 영화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에서

마키아가 말했잖아요

사랑해서 행복했다고

새로운 이별을 만나러 가자고~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562 늦은 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