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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n 07. 2023

초록의 시간 573 수국 필 때

혼자만의 시간

티 없이 맑은 하양으로 고개 내밀어

순하디 순한 연둣빛이다가

여린 분홍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연한 보랏빛까지 살포시 머금으며

손바닥 하트로 영글어가는 수국 앞에서


지금은 수국이 필 때

유월이구나~ 여름이구나~

장마도 오겠구나~

중얼중얼 생각합니다


가만 보면 수국은

한 송이 자매꽃 같아요

혼자이면서 또 어울림을 아니까요

얼핏 보면 한 송이지만

들여다보면 한 무리거든요


하나인 듯 보이는

큼직한 꽃송이 안에서도

소란하지 않게 잔잔히 어울리며

올망졸망 작은 송이들이

서로의 빛깔에 살며시 기대어

그르르 물들어가는 수국은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줄 알고

더불어 함께 하는 시간도

즐길 줄 아는 자매꽃이죠


빛깔과 표정에 드러나 있듯이

아마도 마음 안에 수만 가지

다채로운 사연과 슬픔

몽글몽글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수요일이니

물처럼 흐르자는  내 톡 인사에

수요일이니 수고하자~고 보내온

산 아래 친구의 답을 떠올리며

수국은

수요일의 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혼자인 듯 혼자가 아니고

미소 안에 눈물 한 방울 머금은 듯

웃고 있어도 애잔한 슬픔이 머물러

애처로우나 그만큼 더 사랑스러운 꽃이

물처럼 흐르는 수요일의 꽃

수국입니다


지금은

수국이 필 때~

오늘은 물처럼 고요히 흐르며

저마다 제자리에서 부지런히 수고하는

수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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