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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n 18. 2023

초록의 시간 578 수박의 계절

그리움 송송 박힌

여름은 수박의 계절입니다

발그레한 달콤 과즙이 조르르

줄줄이 추억의 줄무늬가 주르르

겉모습듬직한 초록 장군이지만

여리고 순한 속마음

볼 빨간 소녀를 닮았어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수박은 큼지막해야 보는 맛이 있고

묵직하게 끌어안맛도 있고

시원스레 갈라지는 순간의

개운한 소리까지도 즐겁고

유쾌하고 재미납니다


까만 씨 닮은 그리움 송송 박힌

수박은 울 아버지의 과일입니다

허허 웃으시며 한 손으로 번쩍

커다란 수박을 들어 올리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여름은 수박의 계절~


울 아버지 딸이라

울 아버지 닮아 수박을 좋아하지만

아버지처럼 커다랗고 묵직한 수박을

번쩍 들어 올리기 버거운 내게는

동글동글 두 손안에 쏙 들어오는

애플수박이 딱입니다


사과를 깎아 먹듯이

어리연하고 순하고

귀엽고 앙증맞은 애플수박을

내가 좋아하는 햇살 접시에 담아

도르르 돌돌 껍질 깎아내고

혼자서 반 통은 먹을 수 있으니까요


시원 달콤한 수박 한 조각 먹고

달달한 과즙이 묻은 손으로

짝~ 박수를 쳐봅니다

먼 기억 속 여름날의 향기가

손끝에서 톡톡 소리를 내며 피어나

마음이 달달 촉촉해집니다


그렇군요~

초록 수박의 까만 줄무늬는

이제 보니 추억의 무늬입니다

함께 수박을 먹던 그리운 이들이

웃으며 덥석 손을 내밀며

내게로 다가섭니다


수박의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는

여름날 추억의 향기가 되어

줄즐이 줄무늬 파도처럼 밀려와

문득 바라본 하늘가에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

새하얀 뭉게구름처럼 피어납니다


지내시나요~

그리고

잘 지내고 있니~


수박을 먹다가 먼 하늘 향해

불쑥 건네는 여름 인사는

향긋한 과즙에 젖어 있어요

송송 박힌 수박씨 같은 그리움과

슬픔을 달래는 개운한 달콤함으로

줄줄이 깜장 줄무늬를 그려냅니다


그렇군요~

수박의 줄무늬는

시원하고 상큼한 향기 품고

그리운 이들을 향해 달려가는

여름날의 사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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