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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n 16. 2023

초록의 시간 577 구름이 예뻐서

울 엄마 마중길

엄마를 기다리다가

문득 바라본 맑고 파란 하늘에

두둥실 하얀 구름이 곱고 예뻐서

사진으로 찍어 저장합니다

시간은 저장할 수 없으나

순간의 느낌은 기억할 수 있고

그 순간의 장면은

저장할 수 있으니까요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은

서서히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입니다

한 올 한 올 깜장 비단실 같은

그리움의 전깃줄을 징검다리 삼아

구름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기울기 전 햇살은

유난히 눈부십니다


구름도 하루 놀이를 접고

집을 향해 가는 시간이라서

금방 얼굴을 바꾸며

내일 놀자~고

잰걸음으로 저만치 달아납니다


몽글몽글 귀엽고 사랑스러운

저 구름은 아마도 딸 구름 같아요

친구들이랑 더 놀고 싶은 마음

서둘러 접으며 종종걸음으로

흐트러지듯 풀어지듯

금세 사라집니다


울 엄마는 어디쯤 오고 계실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울 엄마도

차창 밖으로 하늘을 내다보며

구름 같은 마음으로 날아오실까요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딸의 얼굴을 하늘에 그려보며

마음은 이미 구름을 타고 계실까요


다행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울 엄마가

총총 마음으로 집에 오시는 길

비구름 아닌 희고 고운 구름이어서요


느닷없이 비가 퍼붓지 않을 테니

기다리는 마음이  후줄근 젖지 않고

저기 저 파란 하늘처럼 해맑고

흐르는 구름송이 닮아 보송보송~


담장의 넝쿨장미는 이미 시들어

엄마 집에 오시는 길이

화사한 꽃길 아니라도

추적추적 빗길 아니어서

참 좋아요


기다리는 내 마음 보송하고

저녁햇살 눈부시게 내려앉아

포실포실 기분 좋은 마중길이니 

다행이고 고마워서

혼자 배시시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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