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77 구름이 예뻐서
울 엄마 마중길
엄마를 기다리다가
문득 바라본 맑고 파란 하늘에
두둥실 하얀 구름이 곱고 예뻐서
사진으로 찍어 저장합니다
시간은 저장할 수 없으나
순간의 느낌은 기억할 수 있고
그 순간의 장면은
저장할 수 있으니까요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은
서서히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입니다
한 올 한 올 깜장 비단실 같은
그리움의 전깃줄을 징검다리 삼아
구름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기울기 전 햇살은
유난히 눈부십니다
구름도 하루 놀이를 접고
집을 향해 가는 시간이라서
금방 얼굴을 바꾸며
내일 놀자~고
잰걸음으로 저만치 달아납니다
몽글몽글 귀엽고 사랑스러운
저 구름은 아마도 딸 구름 같아요
친구들이랑 더 놀고 싶은 마음
서둘러 접으며 종종걸음으로
흐트러지듯 풀어지듯
금세 사라집니다
울 엄마는 어디쯤 오고 계실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울 엄마도
차창 밖으로 하늘을 내다보며
구름 같은 마음으로 날아오실까요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딸의 얼굴을 하늘에 그려보며
마음은 이미 구름을 타고 계실까요
다행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울 엄마가
총총 마음으로 집에 오시는 길
비구름 아닌 희고 고운 구름이어서요
느닷없이 비가 퍼붓지 않을 테니
기다리는 마음이 후줄근 젖지 않고
저기 저 파란 하늘처럼 해맑고
흐르는 구름송이 닮아 보송보송~
담장의 넝쿨장미는 이미 시들어
울 엄마 집에 오시는 길이
화사한 꽃길 아니라도
추적추적 빗길 아니어서
참 좋아요
기다리는 내 마음 보송하고
저녁햇살 눈부시게 내려앉아
포실포실 기분 좋은 마중길이니
다행이고 고마워서
혼자 배시시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