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82 못난이 블루베리 닮은
못난이 하루
못난이 블루베리와 함께
못난이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 하루는 온전히
탱글탱글함을 과감히 벗어던진
늘어진 면발처럼 풀어지고
아무렇게나 흐트러지며
룰루랄라~
보기에는 작고 부실하지만
상큼한 맛은 제대로 야무진
못난이 블루베리처럼 떼구루루
제멋대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나만의 하루니까요
푹 늦잠을 자도 좋지만
하루를 제대로 즐기려면
우선 잠부터 줄여야죠
잠을 털어가며 놀아야
제대로 신나게 노는 거니까요
오늘은 세수 따위
생략하기로 합니다
제아무리 꽃단장을 해봐도
예쁜 꽃이 아님은 분명하니
하루쯤은 거울 대신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해요
풀어지고 늘어지고 흐트러져도
먹는 건 포기할 수 없죠
건강을 생각하며 최대한 밍밍하고 순하게
몸에 좋은 음식으로 챙겨 먹던 습관을
오늘 하루는 접어두고
마음을 달래고
기분도 풀어주어야죠
고로께라고 부르며
어릴 적에 좋아했으나
한동안 끊고 지냈던 크로켓을
덥석 집어듭니다
금방 만들어져 나와 따뜻하고
매콤 짭짤하면서도 쫀득하고
바삭함이 살아 있는 크로켓 반 조각을
개운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어요
못난이 블루베리 몇 알을 곁들이면
기분까지 새콤 상큼합니다
참 이상하죠
먹지 말라는 건 먹고 싶고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으니
아무래도 청개구리를 닮았나 봅니다
가야 할 길을 두고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기웃거리며
부질없이 희희낙락~
그렇게 하루쯤은
내 맘대로 나풀대는 날도 있어야죠
자발적으로 일찍 일어나
갓 구워 나온 빵과 커피 한 잔의
별거 아니 행복으로
나만의 하루를 시작하며
모자 푹 눌러쓰고 배회하는 시간은
못난이 블루베리처럼 부실하지만
가볍고 즐겁고 상큼하고
유쾌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