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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25. 2023

초록의 시간 592 가을비는 어깨비

어깨를 적시는 가을비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어젯밤 모두가 잠든 사이에

가을비가 다녀갔다~네요


창문 열고 내다보니

땅이 젖어 있다~는

친구의 아침 인사에도

또로록 가을빗방울 묻어 있으니

이제 정말 가을이 오나 봅니다


아침 인사 건네고

명동 나간다는 친구가

청량한 가을 하루 보내자~기에

잘 다녀오라고 손 흔들어줍니다

지금보다 더 철없던 우리가

함께 나풀대던 명동길

여전히 철없는 지금의 나도

마음으로 친구 따라 명동 간다~

답을 건넵니다


창밖에는 가을이 성큼 다가와

해맑은 얼굴에 미소 가득한데

어젯밤 내린 비가

문득 어깨를 적시는 듯

마음이 서늘합니다


그럼요 봄비는

설렘으로 오는 비라서

상냥한 목소리로 귓전을 간질이며

새순이 비집고 나온다~

금방 봄꽃이 피어날 거라~

반가운 봄소식을 전해주는데


어깨를 스치는 가을비는

바람이 불어온다~고

바람에 잎사귀들이 파르르 떨다가

바람 따라 가을 여행을 떠날 거라~고

나직한 목소리로 소곤댑니다


봄비는 귓전에 내리는 귀엣비

봄꽃들 피어나라고 살포시 내리는

봄비 마중하러 나서는 길에

반가운 마음으로  기울일 때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귓전에 스며들더니~


여름비는 매정하게

사정없이 내리는 비라서

대체 얼마나 더 내릴 거냐고

빗물을 받아보는 손바닥까지도

흥건히 적시더니~


가을비는 어깨비라서

허락도 없이 툭툭

어깨를 스치며 지나갑니다

다만 어깨를 스칠 뿐인데

마음까지 흠뻑 젖어들어요

가을이니까요


가을 지나 겨울 오면

겨울비는 눈물비로 내릴 거고

차마 눈송이 되지 못해 흐트러지는

알알이 비꽃들이 아련하고 측은해서

가을비는 슬픔 안고 어깨 스치며 

한 걸음 먼저 지나가는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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