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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Oct 01. 2023

초록의 시간 593 조금은 부족하고

약간은 모자라게

달이 점점 차오릅니다

가느스름 눈썹달이다가

새초롬한 초승달이더니

반으로 접은 반달이었다가

배부른 반달이 되다가

통통 보름달이 됩니다


울 집에서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초승달이 보이고

바로 보면 반달이 보이고

왼쪽으로 돌리면

보름달이 보입니다


반달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눈앞에서 마주 볼 수 있으나

갸름한 눈썹 닮은 초승달과

쟁반 같은 보름달은

고개를 돌리는 수고를 해야

볼 수 있으니 좀 비싼 달이죠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볼까 하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찾아봤으나

구름으로 살포시 얼굴을 가린 듯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

잘 안 보여서

바보 온달이라고 툴툴거리다가

괜찮아 나에게는 반달이 있으니~

라고 중얼거리며 웃고 맙니다


추석 지나

낮은 더 짧아지고

이제 조금씩 달의 얼굴드 줄어

조금 부족하고 약간은 모자란

반달이 되면 애쓰지 않아도

편하게 마주 볼 수 있으니

아쉽지 않아요


잘 잤니~

친구에게 반달처럼

조금은 부족하고

약간은 모자란

짧은 안부를 보냅니다


밥은 먹었니~

하늘 보니 가을이고

스치는 바람 끝 쌀쌀하니

가을이라고~


보름달처럼 가득하지 않더라도

조금 부족한 반달처럼

약간은 모자라게

오늘 하루도

잘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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