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93 조금은 부족하고
약간은 모자라게
달이 점점 차오릅니다
가느스름 눈썹달이다가
새초롬한 초승달이더니
반으로 접은 반달이었다가
배부른 반달이 되다가
통통 보름달이 됩니다
울 집에서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초승달이 보이고
바로 보면 반달이 보이고
왼쪽으로 돌리면
보름달이 보입니다
반달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눈앞에서 마주 볼 수 있으나
갸름한 눈썹 닮은 초승달과
쟁반 같은 보름달은
고개를 돌리는 수고를 해야
볼 수 있으니 좀 비싼 달이죠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볼까 하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찾아봤으나
구름으로 살포시 얼굴을 가린 듯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
잘 안 보여서
바보 온달이라고 툴툴거리다가
괜찮아 나에게는 반달이 있으니~
라고 중얼거리며 웃고 맙니다
추석 지나
낮은 더 짧아지고
이제 조금씩 달의 얼굴드 줄어
조금 부족하고 약간은 모자란
반달이 되면 애쓰지 않아도
편하게 마주 볼 수 있으니
아쉽지 않아요
잘 잤니~
친구에게 반달처럼
조금은 부족하고
약간은 모자란
짧은 안부를 보냅니다
밥은 먹었니~
하늘 보니 가을이고
스치는 바람 끝 쌀쌀하니
가을이라고~
보름달처럼 가득하지 않더라도
조금 부족한 반달처럼
약간은 모자라게
오늘 하루도
잘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