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91 외로워도 사랑이고
외롭지 않아도 사랑
선명한 보랏빛이 아련히 고운
보라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알알이 보랏빛으로 영근
포도 한 송이를 먹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보라 꽃도 한 송이
새콤하고도 달콤한
보라 포도 역시 한 송이
꽃은 다만 홀로 한 송이
포도는 알알이 모여 한 송이인데
꽃과 포도송이가 같은 한 송이라서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
꽃은 한 송이로도 충분하지만
여러 송이가 모여도 수다스럽지 않고
더 많은 꽃들이 송이송이
한가득 모여 있어도
들려오는 건 꽃이파리 스치는
잔잔한 바람소리뿐이라
번잡하지 않고 오히려 정겹습니다
보랏빛 한 송이를 이루는
오순도순 영롱한 포도알들은
타고난 외로움쟁이라서
탱글탱글 모여 한 송이를 이루고
시새움 대신 다정함으로 어깨 기대며
수다 떨어가듯 서로를 보듬어주나 봐요
꽃 한 송이는
외롭지 않아도 사랑이고
송알송알 포도송이는
외로워서 사랑하는 걸까요
사랑이니 곱고
사랑이라서 외롭고
사랑이니까 달콤하고
사랑하므로 새콤합니다
보랏빛 꽃 한 송이를 보며
포도 한 송이를 먹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알콩달콩 외로움이고
송이송이 사랑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웃어요
다만 한 송이인 꽃이
외롭지 않아도 사랑이고
외로워서 서로가 필요해
다닥다닥 부둥켜안은
포도송이 역시 사랑이니까요
외로워도 사랑이고
외롭지 않아도 사랑이라서
다만 혼자라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함께라도 여전히 외로운
한 송이 꽃이고 한 송이 포도
그리고 한 송이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