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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17. 2023

초록의 시간 591 외로워도 사랑이고

외롭지 않아도 사랑

선명한 보랏빛이 아련히 고운

보라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알알이 보랏빛으로 영근

포도 한 송이를 먹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보라 꽃도 한 송이

새콤하고도 달콤한

보라 포도 역시 한 송이


꽃은 다만 홀로 한 송이

포도는 알알이 모여 한 송이인데

꽃과 포도송이가 같은 한 송이라서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

꽃은 한 송이로도 충분하지만

여러 송이가 모여도 수다스럽지 않고

더 많은 꽃들이 송이송이

한가득 모여 있어도

들려오는 건 꽃이파리 스치는

잔잔한 바람소리뿐이라

번잡하지 않고 오히려 정겹습니다


보랏빛 한 송이를 이루는

오순도순 영롱한 포도알들은

타고난 외로움쟁이라서

탱글탱글 모여 한 송이를 이루고

시새움 대신 다정함으로 어깨 기대며

수다 떨어가듯 서로를 보듬어주나 봐요


꽃 한 송이는

외롭지 않아사랑이고

송알송알 포도송이는

외로워서 사랑하는 걸까요


사랑이니 곱고

사랑이라서 외롭고

사랑이니까 달콤하고

사랑하므로 새콤합니다


보랏빛 꽃 한 송이를 보며

포도 한 송이를 먹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알콩달콩 외로움이고

송이송이 사랑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웃어요


다만 한 송이인 꽃이

외롭지 않아도 사랑이고

외로워서 서로가 필요해

다닥다닥 부둥켜안은

포도송이 역시 사랑이니까요


외로워도 사랑이고

외롭지 않아도 사랑이라서

다만 혼자라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함께라도 여전히 외로운

한 송이 꽃이고 한 송이 포도

그리고  송이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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