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90 우정문답
계절 인사를 보냅니다
그대에게
계절 인사를 보냅니다
자고 일어나니
어깨에 성큼 와닿는
아침 공기의 빛깔이 달라졌어요
바람 끄트머리의 선선함도
문득 느껴집니다
볕이 사정없이 따갑다가도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 구성진 걸 보니
계절은 이미 가을이라고
여름이 제아무리 뒤끝 길어도
흐르는 시간은 이기지 못하는 거라고
지난여름을 잘 견디고 버틴
그대에게 계절 안부를 물으며
고마움을 전합니다
계절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그대가 있어 고맙고 다행입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늘 그 자리에 있어주어
고마운 그대에게
밤새 뒤척이지 않고
꿈길까지도 편안히 잘 잤느냐고
다정한 아침 인사를 보냅니다
잘 잤다고 서로 하루의 시작을 챙겨주는
그대가 있어 좋은 아침입니다
흘러가는 구름 잔잔히
붉은빛으로 물드는 저녁하늘 바라보며
그대에게 인부를 묻습니다
저녁은 먹었냐고
오늘 하루 어땠냐고
평온한 구름처럼 흐르는 시간이었냐고
저녁 인사를 묻고 또 건넵니다
때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물속 같은 적막과 외로움이
오히려 여유롭고 편할지라도
뼈마디를 스치는 아픔과 슬픔이
살아있음의 정표와도 같아서
새삼스럽게 안심이 되다가도~
그래도 아침이면 아침 인사를 묻고
저녁이 오면 저녁 인사를 챙기고
계절이 오가는 사잇길에서
계절 안부를 건넬 수 있는
그대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밤새 잘 잤니
밥은 잘 챙겨 먹었니
소소한 일상의 문답 속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그대와의 우정문답은
정답 따위 굳이 필요하지 않으나
설레는 꽃길보다 곱고
반반한 지름길보다 빠르니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창문 너머 하늘 바라보듯이
밤하늘 별들의 반짝임을 헤아리듯이
빗줄기 따라 스쳐가는
바람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듯이
바라보며 헤아리고 마음 기울일 수 있는
그대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