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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Oct 10. 2023

초록의 시간 598 슬프고 예쁜 사랑

영화 '산사나무 아래'

'평생 널 바라볼게'라고

남자는 말합니다

'네가 숨을 쉬면 나도 숨을 쉬고

네가 죽으면 나도 진짜 죽을 거야'

남자의 눈이 잔잔히 슬퍼 보입니다

청춘은 반짝여서 눈이 부시고

눈부신 만큼 아프니까요


순젠신(두효)과 징추(주동우)

서로의 현실미래가 다르고

그래서 들꽃처럼 예쁘지만

서툰 만큼 조심스럽고

눈시울 뜨거운 슬픈 사랑을 합니다


197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몰래 사랑하고 수줍게 사랑을 배우며

기다림과 눈물도 함께 배워가는

서툴기만 한 어린 연인들은

개울을 건너는 장면에서

차마 손을 잡지 못합니다


손 대신 내민 나뭇가지를 잡고

개울을 건너는 장면처럼

어설프지만  순수하고

풋풋한 설렘이 깃든 사랑 이야기

'산사나무 아래'


아직 내 이름 안 불렀더라~는 젠신에게

뭐라 불러야 할지 몰라서~라고

징추는 나중에 불러주겠노라 해요

몰래 하는 사랑이라 나란히 걷지 못하고

늘 주변을 살피며 서너 걸음 떨어져 걷거나

사람이 없는 강가에서

비로소 마주 보며 환하게 웃죠


우연인 듯 무심히

징추의 주변을 맴돌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불쑥 나타나

웃으며 그녀를 도와줍니다


만년필 잉크가 새면 새 만년필을 주고

운동복을 입지 못하고 운동을 하면

살며시 운동복값을 건네고

맨발로 일하다 상처가 난 발을 씻겨주고

발을 다치지 않게 신고 일하라며

분홍 장화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우렁각시처럼 묵묵히

징추를 지켜주는 의 무한 사랑에

점점 다가서며 사랑을 배워가는

그녀청순하고 순진합니다


그러나 사랑과 재채기는

감출 수 없는 법이라

젠신이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장옷처럼 징추의 얼굴을 가리고

자전거 앞에 태워 안고 가다가

그만 징추 엄마에게 들키고 말아요


호두 얼음사탕 산사 열매 운동복 분홍 장화

그리고 빨강 원피스 수영복까지

그 모두가 젠신이 건넨 사랑임을 알게

엄마는  사람의 연애를 반대하지 않지

너무 빨리는 안된다고 해요


징추가 교사 수습기간이니

2년 동안 만나지 말라고

너희는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라는 엄마에게

젠신은 징추의 다친 발에

붕대를 감아주고 싶다고 합니다


엄마가 봉투를 만드는 소리 들으며

상처 난 징추 발에 정성껏 붕대를 감아주는 

모습이 한없이 진지하고 섬세한데

눈물 뚝뚝 떨구는 징추의 애틋함과

땀 뚝뚝 흘리며 봉투를 만드는

엄마의 무심함이 고요히 애절하게

가슴에 스미는 먹먹한 장면입니다


평생 기다린다는 젠신의 말에

'말은 평생미지만

열정은 순간'이라고 말하

엄마도 어리고 철이 없어

징추의 아빠와 결혼을 했었다고

혼잣말처럼 고백합니다


징추는 젠신의 입원 소식을 전해 듣고

학교에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젠신은 지질탐사대 정기검진이라며

백혈병임을 감추는데요

보호자라도 병실에 함께 있을 수 없어

병원 문 앞에서 밤을 새우는 징추의 모습을

병원 창문으로 하염없이 내려다보는

젠신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산사나무 붉은 열매가 그려진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징추의 발을 씻겨주고

산사나무 열매 빛깔의 옷감을 선물하며

예쁘게 붉은 옷을 만들어 입고

산사나무 꽃을 보러 가자고 약속해요


강가의 이별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가는 징추를 배웅하며

강물을 사이에 두고 두 팔을 내밀어

저 멀리에 마주 서 있는 서로를

소중히 안아주는 시늉을 하는

두 사람의 서툰 사랑이

순수하고 예쁘서 아릿합니다


빨강 산사나무 열매 빛깔의

빨강옷을 입은 징추가

젠신과 작별하기 위해 달려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르는 이름은 

그의 이름 젠신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입니다


나 징추야~

이름 들으면 언제든 내게 돌아온다던 

약속을 지키라~징추를 향한

그의 대답은 소리도 없이 흐르는

눈물입니다

두 사람의 사진이 천정에 붙은 채

수줍게 웃고 있어요


산사나무 꽃이 빌 때

산사나무 아래 함께 가자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으나

산사나무 아래 묻힌 그를 기억하는

징추가 산사나무 하얀 꽃이고

또한 붉디붉은 열매입니다


'난 널 1년 1개월도 기다리지 못하고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지만

너를 위해 평생을 기다릴게'

엔딩 자막이 쓸쓸한 만큼

깊은 여운으로 남습니다


젠신이 징추에게

이렇게 말했었거든요

'넌 아직 사랑을 안 해봐서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겠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될 거야

너만을 위해서

죽어도 너만 사랑해 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말이야'


사랑은 진심을 주는 것임을

그는 알았던 거죠

귀히 여겨 아끼고 지켜주며

평생을 다해 기다리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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