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99 인생길 여행길
너와 함께 할게
참 좋은 이 가을날
보름간의 여행을 떠나는 친구가
미안하다고 합니다
친구야 너를 두고 가자니~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는군요
그래서 내가 그랬습니다
나는 붙박이별이라
어김없이 여기 있어야 하고
너는 자유로운 떠돌이별이니
어디든 맘껏 떠돌다 오라고
떠돌지 못하는 내 몫까지
바람 되어 나풀나풀
여기저기 나부끼다 오라고 했더니
친구의 답이 이렇습니다
그래 나라도 떠돌다 올게
가는 곳곳마다 너를 데리고 갈게
걸음마다 늘 너와 함께 할게
함께 듣고
함께 느끼고
함께 바라보고
함께 머무르겠노라~고요
아니라고 내가 말렸습니다
여행 가방에 나를 담아가지 마
나는 그냥 여기 두고 가
인생길이 여행길이고
여행길 또한 인생길인데
혼자도 버거운 길에
나를 데리고 가지는 마
인생길 여행길은 누구나
어차피 혼자 가는 길이니까
가다가 기분 좋은 바람이 스치거든
그 순간 잠시 생각해 주고
걷다가 다리를 쉴 때
잠시 잠깐 내 얼굴 떠올리거나
하루 해가 저물어
서쪽하늘 저녁놀 곱게 번질 때
안부 전하듯 고요히
미소 한 줄기 날려 보내주면
그것으로 충분해
쌀쌀함으로 상쾌한 가을 아침
습관처럼 톡인사 나누던 친구가 없으니
조금은 적막하겠지만
그 또한 가을의 쓸쓸함이니 분위기 괜찮고
해 저물어 저녁 인사 건넬 친구가 없으니
가을밤이 더욱 차갑겠지만
그 또한 가을날의 고즈넉함이니
그런대로 견딜만할 거야
인생길 여행길
걸음걸음 평안하고
순간순간 평화롭기를~
함께 걷는 길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함께인 듯
외롭지 않고 여유롭기를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