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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Oct 12. 2023

초록의 시간 599 인생길 여행길

너와 함께 할게

참 좋은 이 가을날

보름간의 여행을 떠나는 친구가

미안하다고 합니다

친구야 너를 두고 가자니~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는군요


그래서 내가 그랬습니다

나는 붙박이별이라

어김없이 여기 있어야 하고

너는 자유로운 떠돌이별이니

어디든 맘껏 떠돌다 오라고

떠돌지 못하는 내 몫까지

바람 되어 나풀나풀 

여기저기 나부끼다 오라고 했더니

친구의 답이 이렇습니다


그래 나라도 떠돌다 올게

가는 곳곳마다 너를 데리고 갈게

걸음마다 늘 너와 함께 할게

함께 듣고

함께 느끼고

함께 바라보고

함께 머무르겠노라~고요


아니라고 내가 렸습니다

여행 가방에 나를 담아가지 마

나는 그냥 여기 두고 가

인생길이 여행길이고

여행길 또한 인생길인데

혼자도 버거운 길에

나를 데리고 가지는 마

인생길 여행길은 누구나

어차피 혼자 가는 길이니까


가다가 기분 좋은 바람이 스치거든

그 순간 잠시 생각해 주고

걷다가 다리를 쉴 때

잠시 잠깐 내 얼굴 떠올리거나

하루 해가 저물어

서쪽하늘 저녁놀 곱게 번질 때

안부 전하듯 고요히

미소 한 줄기 날려 보내주면

그것으로 충분해


쌀쌀함으로 상쾌한 가을 아침

습관처럼 톡인사 나누던 친구가 없으니

조금은 적막하겠지만

그 또한 가을의 쓸쓸함이니 분위기 괜찮고

해 저물어 저녁 인사 건넬 친구가 없으니

가을밤이 더욱 차갑겠지만

그 또한 가을날의 고즈넉함이니

그런대로 견딜만할 거야


인생길 여행길

걸음걸음 평안하고

순간순간 평화롭기를~

함께 걷는 길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함께인 듯

외롭지 않고 여유롭기를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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