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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05. 2023

초록의 시간 638 하나라도 모자라면 안 돼

영화  '책상 서랍 속의 동화'

누구나 학생시절

책상 서랍 속의 동화 하나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먼 기억 저편 어딘가에

하나라도 모자라면 안 되는

무언가도 분명 있었을 테죠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1999년 중국 영화랍니다

시골 가난한 학교 수셴초등학교

유일한 교사인 가오 선생님이 가르치는

가난하고 순박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책상 서랍 속에서 살며시 꺼낸

가난해서 몹시 애잔하고

가난하지만 그만큼 사랑스러운

동화랍니다


듣기에 제법 낭만적인 제목

'책상 서랍 속의 동화'의

원제목은 다릅니다

'하나라도 모자라면 안 돼(一個都不能少)'

제목에서부터 절실함이 듬뿍 느껴집니다


닳고 닳은 분필  조각까지

소중히 여기는 가오 선생님이 

피할 수 없는 개인사정으로 

달 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어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세 살 소녀

웨이민즈가 대리 선생을 하게 됩니다


임시 교사 웨이민즈도

이제 겨우 열세 살인데

무얼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어요


웨이 선생님의 목표는

가오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학생들이 하나라도 모자라지 않게

학교를 떠나지 못하도록 지키는 건데요

그래서 제목이

'하나라도 모자라면 안 돼'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약간의 보너스까지 덤으로 받기로 했으나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은 

어리고 철없는 나이에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

학교에 붙잡아두기가 어렵습니다


가오 선생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개구쟁이 장후이커는 돈 벌러 도시로 가고

밍신홍은 달리기 재능이 있어 떠나고

도시로 떠난  아이를

다시 학교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버스비가 필요한데 돈이 없으니

오가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아이들이 벽돌공장 일을 하기로 하면서

느닷없이 산수공부가 시작됩니다


전기가 끊기고 사장도 없는

벽돌공장에서 순박한 아이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벽돌을 옮깁니다

1000장을 옮겼으니 돈을 달라고 하지만

나르면서 망가졌으니 못 준다는 사장과

한참 동안 실랑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제비새끼들처럼 사랑스럽습니다

실랑이를 하다가 15위안을 내주며

스스로 자선가라는 사장 아저씨의

웃음까지도 참 순박합니다


9위안을 버스비를 남기고

나머지 6위안으로 콜라 두 캔을 사서

한 모금씩 돌려가며 처음으로 맛을 본다며

입술이 얼얼하다는 아이들은

우르르 버스정류장으로 몰려가지만

버스비는 한참 부족하니 이를 어쩔~


학교로 다시 돌아와 재잘재잘

필요한 버스비를 진지하게 계산하면서 

현실적인 산수공부를 통해

한 뼘씩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애틋하면서도 재미납니다


기차역에서 길을 잃었다는

장후이커를 찾기 위해

기차역 방송실에 부탁을 하고

무작정 계단에 앉아 기다리던 웨이민즈는

가진 돈을 다 털어 붓과 먹과 종이를 사서

사람 찾는 벽보를 써 붙이며 노숙하다가

방송국 오늘의 중국 프로그램에 나가

장후이커를 습니다


눈물 그렁한 눈으로 카메라 렌즈를 향해

간절하게 장후이커를 찾는 웨이민즈는

어리지만 이미 선생님의 마음입니다

어딨니 얼마나 찾았는데~


진심 어린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정말 걱정된다는 웨이민즈의 모습을

꼬질꼬질하게 시장을 배회하던

장후이커가 방송을 통해 보게 되어

웨이민즈와 함께 방송국 차를 타고

수셴마을로 돌아옵니다


도시는 멋지고 화려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밥을 구걸하던 일이라고

결코 못 잊을 거라고 말하는

장후이커는 한결 철든 모습이고

후원물품과 함께 아이들이 돌아와

마을은 잔치분위기로 들썩이는데요


후원받은 색분필로 알록달록

한 글자씩 칠판에 쓰고 함께 읽으며

즐거워하아이들의 모습이

아기자기한 꽃밭 같아요


글자를 아직  오르는 꼬맹이는

글씨를 쓰는 대신 꽃을 그리고

장후이커는 웨이 선생님이라고 씁니다

어린 선생님이지만 장후이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선생님인 거죠


책상 서랍 속의 동화라기보다는

하나라도 모자라면 안 된다는

간절함으로 닳고 닳은

몽당연필 같은 얘기였어요


소녀 선생 웨이민즈

개구쟁이 소년 장후이커 등

출연진 대부분이 전문 배우가 아니라

실제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거칠고 어설픈 만큼 진심이 느껴지는

책상 서랍 속의 동화~~


누구에게나 있겠죠

하나라도 모자라면 안 되는

간절한 그 무언가를 잠시 생각해 보는

책상 서랍 속 그리고

시간 서랍 속의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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