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36 슈톨렌의 계절
기다림이 있어 좋은
새하얀 포실 담요 두르고
다소곳이 아기예수님을 기다리는
사랑스러운 슈톨렌 한 조각과
따뜻하고 고소하고 넉넉한
카페라떼 한 잔의 행복으로
12월의 여유를 누려봅니다
애틋한 기다림이 있고
반짝이는 설렘이 있어 좋은
12월은 빨강과 초록
그리고 슈톨렌의 계절입니다
집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놓지 않았으나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빨강 초록 리본에
오순도순 무지개 꼬마전구를 매단
예쁘고 멋진 크리스미스트리들이
조용히 저무는 한 해를 밝히고 있으니
동네 한 바퀴 휘이 돌면 됩니다
아침 산책길에 일부러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된 곳을
스쳐 지나가며 서툰 기도를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나와 우리 모두에게
평온하고 따사로운 12월이기를
나와 우리 모두의 12월이
고요하고 아늑하게 무르익어
우리 모두의 한 해가
아름답게 저물어 가기를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만나지 못한 사람 모두에게도
크리스마스트리에 조롱조롱 달린
꼬마전구들의 반짝임으로
12월의 안부를 전하고
올망졸망 귀엽고 앙증맞은
오너먼트들의 소곤거림에 기대어
그리움의 인사를 건넵니다
풀어져 흐트러진 단추는 없는지
옷매무시 두루 살피고
마음의 옷깃도 단단히 여미고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이 계절은
하루 해 저무는 서쪽하늘처럼
애잔하고 고즈넉합니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이들 모두
스치는 순간마다 평온하고
건너는 걸음마다 은총이기를
저녁놀처럼 물드는 한 해의 마지막
바람 차가우나 그마저도 고마운
우리들의 12월과 올 한 해가
잔잔히 사랑스럽게 마무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