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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13. 2023

초록의 시간 646 붉은 저녁놀 닮은

붉은 낙엽의 꿈

이제는 아무런 미련 없이

나뭇가지를 떠나 훌훌 떨어져

바람을 베개 삼아 바닥에 누워

땅 위의 붉은 저녁놀이 된

붉디붉은 낙엽에게 묻습니다


그대에게도

어린 날 연둣빛 꿈이 있고

젊은 날 파란 꿈이 있었는지

지금은 발그레 홍조 띤 얼굴이지만

그 꿈은 푸르고 싱그러웠을 테지


꿈이 있었노라~ 붉은 낙엽이

바람 따라 고개를 이리저리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중얼거리듯 대답합니다


삐뚜름 돋아 오르다가

설렘으로 물들어 맺히던

초록빛 싱그러운 꿈이 있었고

무성한 그늘 맘껏 드리우고 싶은

가슴 벅찬 뜻도 있었고

황금빛으로 곱게 물들고 싶었던

희망사항도 분명 있었노라~ 고


그러나  모두가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고

얼굴빛도 마음의 빛도

햇살 덕에 얻어 입은 가을옷까지도

원하는 꿈처럼 되지 않았노라

바라던 생각처럼 되지 않았노라

희망사항처럼 그 어느 것 하나

뜻한 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노라

붉디붉은 낙엽이 대답합니다


떨어져 누운 자리마저

맘처럼 되지 않았노라

함께 하고픈 친구 낙엽들마저도

무정하게 곁을 떠나

저만치 후르르 날아가버리고


또다시 바람에 흩날려

바람개비처럼 날아가는 곳 역시

바라고 원하고 뜻한 대로가 아니고

생각처럼 되지도 않을 거리~

붉은 낙엽이 웃고 있어요


맘대로 안 되고

생각대로 안 된다고

차마 어쩌겠냐며

낙엽이 웃어요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짝사랑과도 같으니 어쩌겠냐고

그냥 웃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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